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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 Knowledge Mar 19. 2016

Take Knowledge 제작기 #4

Sweet (2016 Earth Hour 비공식 홍보곡)

- 곡을 새로 녹음해서 다시 올립니다


수행을 결심하고 세운 두 가지 목표 중 하나. 비트 메이킹 능력을 키우고자 했던 것은 Take Knowledge's Choice를 통해 나름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러나 다른 한 가지 목표. 톤과 랩을 개선하려던 시도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제자리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시도를 안 해봤던 게 아니어서 더욱.


사실 톤에 관한 내 콤플렉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의 랩 네임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 나는 목소리를 긁어서 내는 발성을 사용했는데 그것이 목에 무리였는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말만 조금 많이 해도 목이 쉽게 잠기고 목에서 피가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한동안 랩을 않고 푹 쉬긴 했지만 한 번 망가진 목은 완전히 낫지 않아 이후로는 목도 금방 쉬고 노래를 하려고 하면 헛구역질이 나기도 하였다. 그래도 일상생활에 무리가 가는 지경은 아니었기에 음악을 하지 않으면 크게 문제 될 건 아니었는데 부딪혀 깨져 본 것도 아니고 시도도 못해본 꿈이 단념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택했던 것은 실용음악학원 보컬 수업이었다. 그즈음 유튜브에서 손승연 씨가 랩을 한 영상을 봤는데 그때의 랩이 랩만 한 여자 래퍼들보다 훨씬 좋게 들리는 걸 보고 랩도 소리를 내는 것이니 노래의 발성 원리를 배우는 건 분명 랩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서였다. 그리고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일단 막연했던 소리의 개념을 '공기를 신체의 일부에서 울리게 하여 나는 것'으로 정립한 것부터가 성과였다. 그 전에 목에 힘을 주고 긁어서 소리를 낸 건 그 개념이 없어서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러나 개념을 알았다고 해서 한 번 잘못 잡힌 습관이 바로 잡히지도 소리가 나아지지도 않았다. 목이 아프지 않게 몸에 힘을 빼고 소리를 내는 법은 배웠으나 소리에 힘이 없고 매력이 없었다. 결국 한계를 느끼고 학원을 그만두었다. 


이후로는 홀로 시행착오를 해나갔는데 봉천동에 넘어오면서 방음 부스를 집에 들이기로 한 결정이 그래서 좋았다. 어떤 방법이든 여러 가지를 24시간 언제든 시도해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되려 그게 더 내 자신감을 떨어트렸다. 여러 가지 방법을 24시간 언제든 시도해 보았는데도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난 정말 안되나. 절망도 했다. 여기까지가 불과 몇 달 전의 이야기다. 


그러나 반전의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더 크로스 혁건 씨가 교통사고 이후 배를 눌러주는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아 발성을 하고 공연을 하신다는 기사를 정말 어쩌다 보게 된 것이다. ( 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8560 )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소리는 공기가 밖으로 나가면서 나는 것이니 신체 어딘가를 방아쇠 당기듯 눌러줘야 하는데 '힘을 빼고 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내가 그 부분을 미쳐 간과했던 것이다. 아마 보컬 학원 선생님께서 힘을 빼라고 한 건 기타 줄이 너무 팽팽하면 소리가 오래 울리지 못하고 짧게 끊기듯 근육들도 느슨해야 공명이 잘된다는 취지에서 하신 말씀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확대 해석해 배에까지 힘을 주지 않았으니 애초에 공명 시킬 공기 자체가 부족해서 내 소리가 매력적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머리를 스쳤다. 기쁜 마음으로 부스에 들어가  바로 깨달은 바에 신경 쓰며 녹음을 해보았다. 소리에 무게감도 어느 정도 생기고 개인적으로도 전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톤이 나왔다. 뭐랄까.. 큰 부상을 당해 몇 년간의 고된 재활을 참아내고 마침내 "한 6개월 뒤면 다시 경기할 수 있겠네"라는 말을 주치의에게서 들은 프로 야구 선수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너무도. 기뻤다.


톤이 당장 좋아진 건 아니어도 가능성을 보고 나니 다시 의욕이 불타올랐다. 한참 톤 연습을 할 때 랩의 개선을 위해 외국 래퍼들 랩을 카피도 해보고 영어 가사를, 예를 들어 I never sleep, cause sleep is the cousin of death라는 라인이 있다면 ㅏ ㅔㅓ ㅡㅣ ㅓㅡ ㅡㅣ ㅣㅡ ㅓ ㅓㅣ ㅗ ㅔㅡ 이런 식으로 모음만 따서 한국 말로 자음 퍼즐 맞추기처럼 가사도 써보고 해봤지만 결국 랩의 개선을 위해서는 세 가지 염두해야 할 점만 명심하고 많은 작업을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바로 다작에 들어갔다. 내 마음대로 정한 그 염두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가사는 한 줄 혹은 두 줄로 끝나야 한다. 문장을 산문처럼 풀어쓰면 귀에 꽂히지 않는다. 딱 정리해서 들릴 수 있게 한 줄 혹은 두 줄로 문장을 매듭짓는 게 좋다. 그러나 스윙스처럼 어순 자체를 영어식으로 바꾸는 건 피해야 하며 타블로와 화지의 가사가 이 부분에서 가장 본받을 만하다.


2. 지루해지는 걸 경계해라. 리듬이든 톤이든 4마디 이상 같은 걸로 끌고 가면 지루해진다. 다만 짧고 명확한 리듬을 아예 길게 반복하면 신선하기도 하다. 그러니 어떤 법칙을 만드려고 하기보다는 '랩이 지루해지는 걸 경계하자'는 마음만 가지고 늘 작업에 임하자.


3. 가사를 쓰다 막히면 비트를 끄고 이후에 적고 싶은 가사 내용을 먼저 명확히 하자. 비트에 끌려 다녀 봤자 죽도 밥도 안된다. 쓰고 싶은 라인을 명확히 정리한 후 비트를 다시 켜서 리듬을 재배치하는 게 훨씬 효율 적이다.  


이런 결론들을 내려놓은 덕에 한 시간만에 적은 게 이 가사다. 사실 이 전에 이런 방식으로 적은 가사가 몇 가지 더 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장은 공개를 못하게 되어 약간의 텀을 두고 이 곡부터 공개를 하게 되었다. 작업시간이 촉박하였지만 Earthhour는 내가 20대 초반부터 관심 가져하던 이슈고 가끔 빼먹은 해가 있지만 그래도 미리 알게 된 해에는 늘 나름의 홍보곡을 만들어 공개했던 캠페인이라 ( 물론 반응은 없었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름의 홍보 곡을 만들어 보았다. 올해는 3월 19일 8시 30분 부터 한시간 가량 펼쳐지는 어스 아워는 지구를 위해 한 시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의미 있는 캠페인으로 자세한 사항은 WWF Korea 홈페이지 http://www.wwfkorea.or.kr/get_involved/earthhou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생일을 맞이하여 정규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도 오픈하였는데 제작기를 적는 김에 여기도 주소를 남긴다. https://www.tumblbug.com/takeknowledge 봉천동 작업실에 거주할 수 있는 시간은 2달. 내가 하고 싶은 힙합에 대한 그림도 명확해졌고 기술적으로 난관에 봉착했던 문제들도 나름의 실마리를 찾았으니 미친 듯이 달려 내가 몇 년 간 구상해 온 앨범 한장은 남기고 이 작업실을 나가려 한다. 


- 함께 작업할 프로듀서를 찾습니다. 어울리는 비트를 만나지 못해 잠들어 있는 가사가 많이 있습니다. 공동 작업 시 추상적으로 부탁해놓고 막상 비트를 만들어주니 퇴짜 놓거나 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하나의 완성된 벌스와 BPM, 레퍼런스 트랙을 제시해 드릴 거구요. 저도 당장 음악으로 수익이 없기 때문에 비트를 선금으로 구매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공연 시 함께 작업한 트랙을 부른다면 전체 공연 수익을 공연에서 부른 곡 수로 나눈 후 해당 트랙당 플레이어 6 프로듀서 4로 나눠드리겠습니다. (EX : A 트랙을 공동 작업하고 10만 원의 페이를 받고 다섯 곡을 부른 공연에서 A곡을 불렀다면 전체 공연 수익 10만 원을 부른 곡수 5로 나눈 뒤 2만 원을 다시 6:4로 나눠 8천 원을 입금해 드립니다) 많은 교류 바랍니다. 메일 주소:starmekey@naver.com 카카오톡 : nomelancholy


세상을 바꾸는 일은 꼭 위대한 이만 할 수 있나?

진짜 누군가는 태어나서 뗀 첫걸음 따라서 연꽃이 피나? 

그렇다면 많은 보통사람의 선택지는 결국 순응과 기도 둘 뿐인가?


Verse1]


세상엔 달콤한 게 많지

편안함, 안락함, 간편함 그 외에도.

번거롭고 머리 아픈 일 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는 게 넘치지. 나도 알고.

아주 자주 그런 것에 사로잡혀

뭐, 인간이 원래 그런 거니 당연한 거지.


허나 우리 눈은 앞보다 더 먼 곳을

볼 수도 있지. 당장만 봐서 못 볼뿐. 

굳이 천리안을 떠보지 않아도 알지. 

코 밑에 음식이 날 살찌우게 함은.

입 안에 단 것이 내 이를 썩게 함은.

눈 앞에 모니터가 내 눈을 멀게 함은


하나 우린 먹고 보네. 걱정은 털어놓은 채.

허실 그럴 수도 있지. 우리 바벨탑은 높기에

찐 살은 빼면 되고 썩은 이는 때우면 돼.

나빠진 눈은 렌즈를 끼거나 각막을 태우면 돼.


하지만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빨리 탐욕의 껍질이 쌓인다면? 

그래서 그것이 우리가 발 딛고 행복을 누리며 사는 이 공간 자체를 망친다면?


우리가 쫓은 달콤함은 과연 단 걸까?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날이 곧 와. 


3월 19일 8시 반부터 한 시간.

선택은 자유야. 

보통 사람인 당신과 나의.


Earth Hour

지구를 위한 한 시간

선택은 우리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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