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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에서의 브랜드

북촌한옥마을에도 ESG 경영의 숨은 의도가 담겨있다면?

눈 내린 북촌 한옥마을_출처 : 정책브리핑 홈페이지(국민소통실)



최근 들어 친환경(E), 사회적 책임(S), 지배구조(G) 개선 노력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등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ESG 라는 용어는 2003년 처음 등장했고, 2005년 공식용어로 사용됐다. 일각에서는 ESG를 CSR, CSV 등에서 파생된 견해로 보는 이도 있는데, ESG는 각 기업의 밸류체인 전 과정에 걸쳐 생성되는 무형적인 가치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나머지 개념과 조금 다른 성격을 띄고 있다.


개인적으론 ESG가 주목받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소비자 구매 변화'를 꼽고 싶다. 과거 소비자는 제품의 특징과 혜택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구매를 했다면 오늘날은 어떤 제품에 대해 느끼는 신뢰의 정도에 따라 구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신뢰도는 '개인의 정체성', 즉 '이 제품을 사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봐줄까'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공하는 척도가 된다. 다시 말하면 ESG 활동은 기업의 신뢰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이자 동시에 고객의 정체성을 더욱 주목받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ESG 활동은 기업의 브랜딩 활동의 이정표를 새롭게 고쳐 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내부적으로 브랜드 현황을 분석하고 미션과 비전 등을 기반으로 디자인 매뉴얼을 구축한 다음,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이란 뭘까.


아주 재미 있는 옛 브랜드 하나를 소개하겠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건설 디벨로퍼였던 건양사가 그 주인공이다. 창업자 기농 정세권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의 대거 유입으로 인해 경성(現, 서울) 내 조선인들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건양사를 설립하고 경성 도심 일대의 오래된 주택을 사들인 뒤, 매입한 주택을 근대식으로 개조해 조선인들에게 임대하기 시작했다.


1934년부터는 수도 설비 시설을 개량하고 전통 한옥의 구조 개선을 통해 효율성과 안락함을 높인 새로운 도심형 주택 브랜드인 <건양주택>을 보급했다. 현재 서울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 있는 한옥들은 대부분 건양주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편 건양사는 주택 건설 뿐만 아니라 빈민층을 위한 주택 할부 금융 서비스를 실시해 년부, 월부로 임대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의 생활 문화> 를 오랫동안 지속시키기 위해 양질의 메이드 인 조선 제품으로 구색을 갖춘 <장산사>라는 편집매장을 오픈했고, <실생활>이라는 오늘날 매거진 형태의 간행물을 발행하기도 했다.


또한 정세권 본인은 조선어학회, 신간회 등을 지원하는 등 민족운동에도 적극 가담하면서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야 했던 사업가로서 '조선의 주거 문화를 보존하고, 조선인들의 생활문화를 보호하는', 사화적 가치를 최고의 목표로 삼아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다. 


사회적 가치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공기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그런 무형의 자산을 유형의 제품, 서비스에 녹여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는 것을 보면, ESG 경영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수조건이지 않을까. 오늘날 시장에서 품질이 충분조건이 아닌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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