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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종 Dec 07. 2019

북쪽의 빛, 오로라 3

희종 기지에서의 오로라 탐사


"북쪽의 빛을 정말 보고 싶은데 어디서 보면 제일 잘 보일까요?"

"요 며칠 날씨가 흐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날씨 좋은 날은 여기 집에서도 볼 수 있단다. 그래도 빛이 없는 곳에 가면 더 잘 보일걸? 이를 테면 저 호수 한복판 같은?"

"오! 그럼 오늘 밤부터 저 호수에 텐트를 치고 기다려 볼래요!"


 그렇게 Caleb의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오로라 탐사를 위한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하루나 이틀 뒤에 돌아올게요!


"엄청 추울 텐데 괜찮겠니? 한 번도 저기 위에 텐트를 친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괜찮아요! 안전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너무 위험할 것 같으면 돌아올게요!"


"그래, 언제든지 문은 열려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다녀오려구나."



 Caleb의 집을 나서 일단 식료품 가게로 향했다.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하여 충분한 식량과 몸의 온기를 따뜻하게 유지시켜 줄 와인 한 병을 샀다. 그리고 가게 옆쪽에 쓰레기를 모아둔 곳으로 가 두꺼워 보이는 박스 몇 개를 챙겼다. 아무리 캠핑용 매트리스와 침낭이 있다고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작정 호수 쪽으로 향했다. 최대한 마을과 떨어진 곳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호수를 가로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호수가 겨울 내내 꽁꽁 얼어있다고 하지만 절대 만만히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호숫가에 도착하여 혹시 녹기 시작한 흔적은 없는지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한발 한발 내디뎠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들어가 어느 정도 마을이 안보이기 시작할 때쯤 오로라 탐사를 위한 기지를 세웠다. 이름하여 희종 기지!!!



희종 기지

熙宗 基地


<건립 연혁>

2010. 04. 03.

Great Slave Lake

Yellowknife. NWT. Canada


<건립 목적>

캐나다 옐로 나이프 오로라 탐사



 남극에 세종기지가 있다면, 캐나다 옐로 나이프엔 희종 기지가 있다. 비록 장비는 두대의 카메라와 삼각대, 침낭, 버너, 코펠뿐이지만 어디 어느 곳의 기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희종 기지를 내 힘으로 세우게 된 것이다.



“우웅 우웅 우웅~”


 추위에 떨며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텐트 밖에서 무엇인가 오묘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궁금한 마음에 텐트를 조금 열어 밖을 확인해 봤다.



“오로라다!”



 텐트 밖으로 빼꼼 내민 내 머리 위로 엄청난 빛의 물결이 춤을 추고 있었다. TV나 사진으로만 봤던 그 북쪽의 빛, 오로라가 내 머리 위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오로라를 확인한 나는 추운 몸을 이끌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냥 그 순간은 그 무엇도 필요치 않았다. 이 시간, 이 공간,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게 꿈꾸던 오로라를 눈 앞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오로라는 참 오묘했다. 오로라가 내는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진공상태의 울음 같은 웅웅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며 검은 밤하늘 위로 비단결 같이 고운 물결이 출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밤이 깊어 가면 가도록 오로라의 힘도 좀 더 거세지는 것 같았다. 후에 캐나다 원주민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그들은 오로라가 소리를 듣는다고 믿어 밤하늘에 오로라를 볼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오로라가 그 소리를 듣고 반응하여 빛이 더 강해진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분은 밤하늘의 오로라 기운을 보며 크게 휘파람을 불었는데 우연이었는지 그 순간 오로라의 기운이 좀 더 세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꽁꽁 얼어붙은 그레이트 슬레이브 레이크 위에 세운 희종 기지에서 밤을 지새우며 옐로 나이프 오로라를 탐사했다. 그렇게 혹독했단 밤이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 옐로 나이프에 태양이 떠올랐다. 주위에는 밤새 추위와 싸웠던 흔적들이 산재해 있었다. 버너로 눈을 녹여 밥을 지었다. 그리고 스팸을 살짝 구워 간단한 아침을 준비했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먹는 아침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다. 그렇게 캐나다 옐로 나이프 오로라 탐사는 이틀 동안 계속되었다. 이틀 밤을 텐트에서 지새우며 챙겨 온 와인마저 얼게 만드는 영하 40도의 추위에서 싸워야만 했지만  아름다운 북쪽의 빛, 오로라를 만나는 감동은 그 모든 것을 잊게 만들어줬다.




 호수에서 돌아온 후에도 며칠 더 옐로 나이프에 머물며 Caleb의 가족들과 함께 스노 모빌을 타고 캠핑을 다녀오기도 하고 개썰매를 끌고 옐로 나이프 한 바퀴를 돌기도 했다. 비록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 왔지만 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과 헤어짐 앞에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이만 가볼게요. 정말 고마웠어요."


"고맙긴, 우리와 함께 해줘서 우리가 더 고맙지. 우린 언제나 여기에 있을 테니 언제든 이곳을 찾는다면 문을 두드리렴. 따뜻한 차를 준비해놓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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