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스테이크

먹고 힘내자는 말의 결말을 믿으며..

by Sunny Day


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거 아니겠어?


나도 그렇다.

같이 잘 먹고 같이 잘 살고 싶은 마음, 그 이유로 요리도 하고 기록을 해서 남기고 공유한다.





난 퇴사가 아니라 이직할거야.

'퇴사가 아니라 이직을 하려고 한다'는 여동생의 결심은, 결국 비닐과 봉다리, 빤스와 팬티 이상의 차이 그 이상은 아니라고 할 지 모르나 사실 굉장히 큰 차이임을 안다. 지금이 힘들다고 이직을 빌미로 도망가듯 퇴사를 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표류하는 배가 되고 싶진 않다는 말이라는 걸 다 알고 있다.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수고, 하고싶지 않아.

"수고해~" 라고 던지는 인사를 들으며 "네"라고 대답했지만 대답 끝에 남동생의 깊은 한숨이 이어졌던 것도 다 들었다.


피곤해도 들여다봐야지. 가족인데 어쩌겠어.

다 늙은 아들, 딸들의 들어오고 나가고, 오만가지를 신경쓸 때인가 싶은 나이이지만, 피곤을 무릎쓰고도 매주 아들이 혼자 사는 집에 가보자하시며 딸둘을 대동하시는 엄마의 수고도 모두 다 보았다




하루하루 팍팍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족들을 위해 힘이 나고 위로가 되는 음식을 해주고 싶었다. 아주 잘 차려진 근사한 쉐프의 요리는 아닐지 몰라도 정성이 깃들고 마음이 담긴 한 접시 요리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잘 먹었다 생각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소 잡는 날만 연다는 연신내 한우직판장이 마침 문을 열었길래 동생집 올라가는 길에 한우 등심 한 팩을 샀다. 평소같으면 비싸다고 들었다 놨다를 열 번은 했을텐데 오늘은 큰 맘 먹고 카드를 내밀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짠순이 기질때문인지 마음 한 켠 우물쭈물하긴 했지만..)


남자 혼자 사는 집에 가니쉬가 될 만한 야채가 별로 없을 줄 알고 주일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역 사거리에 있는 큰 마트에 들려 버섯, 브로콜리, 파프리카도 샀다.

(파인애플을 사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기도 하고 썩 신선해보이지 않아서 그만뒀다.)




말레이시아 선교갔을 때 아들래미나 사온 후추가 보여 백후추, 통후추까지 총 세 가지 후추를 살살살 뿌리고 소금은 약간만 치고 올리브유를 듬뿍 발라 랩을 감싸놓았다.

백종원씨는 그렇게 해서 얼마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고 하더만, 우린 곧 먹을 거라 실온에 잠시 두었다가 바로 구워먹기로 했다.


야채도 바로 굽기 좋게 한입꺼리로 손질해 놓았다. 스프나 밥, 파스타 대신에 작은 버터빵(모닝빵)을 곁들이기로 한다.




밥 먹자!


밥 먹자는 말과 함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동생의 한 마디에, 주방이 바쁘게 돌아간다.


올리브유를 올려 후라이팬을 달궈진 후, 한우 두 조각을 척~하고 올린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이쪽저쪽 기름이 막 튀고 난리다.



먹음직 스러운 빛깔과 흡사 빗소리같은 지글거림이기분좋게 들린다.


한 쪽이 어느 정도 익었겠지 싶을 때쯤 뒤집어준다. 버터를 한 조각 잘 녹여서 고기 위로 끼얹는다. 골고루 고소하게 코팅되도록.

캬~~~ 끝내주게 잘 구워졌다.


가니쉬를 올려 같이 구워주다가 고기가 다 익으면 고기만 살짝 건져내서 잠시 대기시킨다.


브로콜리는 뜨거운 물에 살짝만 데쳐서 물을 빼놓았기 때문에 익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평소에 데쳐먹는 것보다는 훨씬 살짝 익혀서 구워야 아삭거림이 좋다.

버터가 녹아든 올리브유에 야채를 볶다가 소금, 후추만 살짝 쳐서 익힌다. 고소하거 감칠맛나는게 야채만 먹어도 든든하고 맛이 좋다.



아참 소스는


스테이크 소스(7)+잠발라 소스(2)+홀그레인머스터드(0.5)+칠리소스(0.5) ->> 쉐키쉐키~~~~

도전정신으로 해본 거라 없음 다 생략하고 스테이크 소스 사다가 살짝 찍어드셔도 좋음.

적포도주를 졸여서 소스로 뿌려내면 풍미도 더 살고 좋다지만 그런게 있을리 없으니...


드디어 플레이팅!


맛있게, 예쁘게, 푸짐하게!!!



질좋은 고기는 연하고 맛있어서 좋고

야채는 고소하게 잘 구워져서 좋고



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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