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구요. 눈과 향과 맛으로 즐겨요”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하는 음식은
제철의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것이다.
2월에서 3월, 코로나와 함께
그 지독한 봄맞이를 할 때,
집과 회사만을 시계추처럼 오고가며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딸기다.
사실 하우스 재배가 가능하고부터는
제철음식, 제철재료라는 것이 무색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특정한 때가 가장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 법이다.
엄마는 어렸을 적부터 비싸도 한 번 정도는
큰 맘 먹고 맛보여 주시던 음식이 있기도 했고.
딸기는 밥상위에 우리네 한식 밥상 상차림이 될만한 부식 재료는 아니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애매한 시기에
아직은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피부가
거슬리게 느껴질 때(나만 그럴지도)
피부에 먹여주고 싶은 상큼한 봄 맛 과일이다.
당연히 그냥 먹어도 좋고,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설탕이나 연유를 찍고 뿌려먹어도 좋다.
때로는 주근깨처럼 알알이 박혀있는 딸기씨가
이 사이에 한 두개 껴서
딸기를 먹고 이를 쑤셔야 하는
우스운 상황이 생기기도 하나
그럼에도 충분히 감안하고 즐길 수 있는
신선하고 상큼한 맛이다.
1월과 2월 신정과 구정을 지나 3월 신학기가 되면
보통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들지만
올해는 모두에게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만 같은,
전염병 확산에 경계와 염려로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은 3월을 보냈다.
만나지도, 만나도 손도 붙잡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되었고,
만나고 싶은 소중한 사람 몇 몇에게
봄이 왔다고 봄 소식도 전하고 싶고
더불어 답답한 내 마음도 풀어내고 싶었다.
딸기잼을 만들었다.
#딸기잼만들기
레시피라고 할 만한 것도 없지만,
1. 일단 딸기를 씻는다.
딸기는 물에 닿으면 금새 뭉개지기도 하니 조심히 다룬다.
2. 채반이나 구멍뚤린 바구니에서 물기를 뺐다가 키친타월을 깔고 물기를 한번 더 흡수시킨다.
딸기는 반은 갈거나 뭉개고 반은 약간 씹힐 정도록 과육을 살려놓는 것도 괜찮다.
(뭉갤 때 드는 생각은, 딸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수분을 보며 이럴 거면 물기를 왜 뺐나 하는 생각이 ;;)
딸기와 설탕 비율은 1:1 정도 하라고 하기도 하고 입맛에 따라 1:0.8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기도 하는데
나는 너무 많이 달지 않았으면 해서 0.8도 안되게 했다. 싸게 구입한 딸기가 마침 당도가 좋기도 했다.
3. 나무주걱으로 한 쪽 방향으로 계속 저어주며 졸인다.
사실 딸기는 레시피의 문제보다는 졸이는 과정의 인내심이 관건이다. 바닥이 눌어붙지 않고 거품이 올라와 넘치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신선하고 좋은 딸기를 쓰고 적당히 잘 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돌리고 돌리고, 스머프에 나오는 가가멜처럼 나무주걱을 한 없이 돌려주며 어느 정도 잼이 졸아들면
레몬즙을 적당량 넣어준다.
난 100ml(딸기 4kg) 이상 넣은 것으로 기억난다.
레몬을 넣으면 더 단 맛이 살아나기도 하고,
보관을 오래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니
맛을 보며 잼 맛이 살아나도록 적당히 넣어준다.
잼이 완성되면 뜨거운 김이 빠져나가도록
식혀두었다가 먹으면 좋다.
그런데 약간 한 김만 빠져나간 약간 뜨듯한 잼이
그렇게 또 맛있을 수가 없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때만 맛볼 수 있는
따뜻한 잼, 한 스푼 듬뿍 떠먹어보면
가슴이 뜨듯해진다.
약 기운이 퍼지듯 목에서부터 따스한 기운이
아래로 아래로 쫘악 퍼진다.
물론 약 기운보다는 훨씬 좋은 번짐이고
즐거운 느낌이다.
뜨겁게 열탕 소독하여 건조시킨 유리병에
이쁘게 옮겨담아 놓고
큰 곰솥 안쪽벽에 붙어있는 잼 찌끄래기를
손가락으로 찍어서 긁어먹는 것도 재밌다.
어릴 적 매년 딸기와 포도잼을 해주시며
간식거리를 손수 만들어주시던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맛이다.
봄의 느낌을 담아 딸기잼을 보냈다.
함께 일하는 동료 편에 그녀의 연세 많으신
어머니에게 아주 작은 달달함을 선물했다.
하루를 알차고 꽉차게 보내는 프리랜서 강사인
지인에게 개구진 아들내미 둘, 아름다운 와이프와 달콤한 봄을 즐겨보시라고 보냈다.
물론 남은 건 우리 집 냉장고에도 두고
입맛이 없다 싶으면 꺼내서 식빵 한 조각에
척척 듬뿍 발라
식구들끼리 나눠먹으며 그렇게 3월을 보냈다.
거실 한 가운데 테이블을 펴놓고 카페 놀이를 하며
얼어붙은 3월의 봄을 집 안에서 꽃피우며 보냈다.
벌써 4월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