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탐구생활
누구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선생님이라고 불리웠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상대에게 직접 특별한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지만, 나보다 지식이나 연륜, 경험이 풍부한 상대에게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더 많은 경우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할 때다. 특별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00씨라고 이름붙여 부르기에는 뭣하고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한 존중도 표현할 수 있는 호칭이 선생님인 듯 하다. 그렇지만 00씨와 같이 이름 뒤에 뭔가 마땅한 호칭이 없을 경우에 쓰기도 하는 것 같다. 마치, 남자들끼리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00씨보다 약간 높이는 호칭으로 쓰는 것처럼 말이다. 남동생이 운전하는 차에 동승했었다. 동생이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려고 정지선에 잠시 정지하고 있자, 바로 뒤에 있던 흰색 SUV 차량 주인이 기다리지 않고 우리 차 옆으로 차를 대고 창문을 내리더니 "어이, 사장님~ 멈추지 말고 그냥 우회전 해야죠. 왜 멈춰요? 에?" 라고 항의할 때도 분명 사장님이라고 했던 걸 보면 사장님도 선생님만큼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온라인이라고 하면 00님이라고 꽤나 존중감있고 편하게 부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사회복지사로 15년 가까이 일해온지라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지역 복지관에서 일할 때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모두 그렇게 불렀다. 선생님! 누구도 그렇게 부르라고 요청한 적도 없었고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지만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사회복지사 신입일 때는 그 호칭이 좋았다. 누구든 나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선생님이라고 불릴 때마다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점점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라는 게 붙고 나니 선생님보다는 팀장님이라고 불려졌다. 그래도 걔중에는 팀장, 부장, 국장 등 직급 상관없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 선생님보다는 팀장님에 익숙해진 지 거의 10년이 되었다.
10년의 절반쯤의 팀장 노릇을 내려놓고 퇴사를 했을 때였다. 전 직장 직원이 본인의 일을 좀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연락을 해왔다. 그런데 대뜸 "선생님~" 하는 거다. 팀장님이 아니고.
'아, 퇴사했다고 어제까지는 팀장님이었는데 호칭이 바로 선생님이네.'
그냥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남들에 비해 권위의식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호칭 하나 바꾼 것에 연연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자기들 동료, 동기들 부르듯 그게 뭐야?'
퇴사 시점을 두고 앞 뒤로 너무 티나게 바뀐 호칭에서 나는 그녀의 의도성을 확인한 것 같았다. 나는 꼰대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자부(?)했는데, 뭐라고 불리는 지가 이렇게 신경쓰이는 일인가 싶어서 결국 나도 별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했다. 뭐 어쨌거나 그녀의 의도나 고의성을 직접 파악할 정도로 꼰대이고 싶지는 않아서 물어보지는 못했다. 괜한 적을 만드나 싶어서 나도 겉으로 날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 일 이후 한참이 지났다. 7년이 조금 넘은 일이 되었다. 그 일이 계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퇴사한 전 팀장을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던 그녀와는 나는 더 이상 연락할 일이 없었다. 무엇 때문인지, 자연스러운 일인지 그녀도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때의 작은 해프닝(나에게는)을 떠올리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지금의 나라면 어떨 것인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또 기분이 나쁠까, 아니면 두 번째 겪는 일은 조금 편하게 넘어갈까? 잠시 생각해보니, 같은 사람과 같은 상황이라면 아직도 난 전자일 것 같다. 되돌려 생각해보니 나는 당시 그녀에게서 나에 대한 존중감이나 인정하는 마음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업무 관계로 알게 되고 관계를 지속하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고 그들 중에도 나를 직급이 아닌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은 나를 이해관계를 따지며 불러야 하는 호칭을 정하지 않는다. 그녀가 내게 부른 호칭에 대해서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하고 속단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느낌이 그렇다.
나는 그저 좋은 의미로 불릴만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