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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Jan 13. 2023

행복도
근육 만들기가 필요하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 행복은 부모님 유산처럼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행복 근육 단련을 위한 시간과 훈련이 따로 필요하다.’ ≪행복은 진지한 문제다≫를 집필한 데니스 프레이저의 조언이다.    

   

근육 만들기나 몸매 만들기가 다소 부질없어지는 시점이 온다. 그것은 포식자처럼 살금살금 기어 오기 때문에 자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텔레비전에 오랜만에 등장하는 옛 가수의 어딘지 짧아진 호흡과 두터운 화장에서 지난날을 떠올리게 되듯, 내 몸의 낡음을 조망해 주는 반사경은 도처에 널려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반사경을 보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매력적인 ‘낡음’에 무사히 당도한 자의 자부와 자긍을 양보할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하자. 지금부터 이야기할 ‘행복 발견 훈련’은 그야말로 ‘이 풍진 세상을 만나고 건너온 자’의 자부와 자긍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몸 근육이나 몸매 만들기를 알게 모르게 포기하는 시점은 삶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에 당도했음을 의미한다. 소위, ‘행복 발견 훈련’의 시간이다. 젊은 시절 몸매나 몸 근육 만들기가 의미를 가졌다면 그 기억을 밑천 삼아 실행해야 할 작업이 이것이다.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몸매 만들기나 이두박근 삼두박근 성나게 하기가 아니다. 그것은 철 지난 의복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세월은 이제 그 매끄럽고 울퉁불퉁한 시각적 매력의 장을 넘기고 있다. 막을 내리고 새로운 막이 열리듯, 이제 당신 영혼에 다른 시공이 열린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을 성취할 방법에 관한 지식과 그 지식을 실천할 수 있는 노력 그리고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데니스 프레이저’는 말한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젊음은 괴롭거나 고되거나 외롭거나 슬프거나 그 자체로 행복 덩어리였다. 그때는 풀어낼 길 없었던 절망도, 이제 보니 강밀도의 보석 같은  행복이었다. 그저 세공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것이다. 살다 보면 나를 가장 많이 속여온 사람이 나였다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온다. 사실은 이런 깨달음의 시점이 반전이나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행복 발견 훈련’의 기회가 당신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아직 그래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사람은 죽는 순간 자신의 전체 생애가 느린 화면처럼 선명하게 지나간다고 한다. 이런 일은 교통사고를 당해본 사람은 약식으로나마 경험했을 수 있다. 내 차와 상대 차가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외마디조차 지르지 못할 지경일 때, ‘아, 죽는구나’ 하는데, 그 상황에서 기억의 파노라마가 느린 그림으로 스쳐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평소에는 꿈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억들. 놀랍도록 생생하다.      


구슬치기 하고 놀던 친구의 구슬 속 무늬 색깔과 형태가 보인다. 오줌 싸게의 젖은 속옷 냄새가 나기도 하고, 기운 양말을 신고 그것을 감추려고 발을 배배 꼬는 소년을 보기도 한다. 남의 집 장독을 깬 후, 시치미 떼고 딴청 부리는 십 대 중반의 반항아가 나타나기도 하고, 살아계시면 102살 정도 되셨을 아버지의 청년 같은 얼굴과 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이런 순수 각성은 왜 하필 그런 극적 상황에서 활발 발해 지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이 그 각성의 힘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발견 근육 강화의 가설은, ‘나는 오늘 죽는다’이다. 이제 자리에 누우면 내일 아침에는 내 몸이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창백하게 굳어 있다. 이왕에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오늘이라는 한 생애 동안 나에게 어떤 행복한 사연이 있었던 걸까, 이렇게 ‘조금은 절박한 심정으로’ 헤아려보기로 한다. 한두 시간쯤은 가볍게 아령이나 역기를 들던 그 집중력과 에너지를 행복 발견 지능 쪽으로 돌려보는 것이다. 그러면 보인다.   

    

행복발견 지능 지수는 순식간에 올릴 수 있다. 잠에서 깨어나 버석이는 입 안을 적시는 물 감촉을 알아차리는 일. 세수하면서 따뜻한 물이 손과 얼굴에 닿는 순간을 기억하는 일. 사과 한쪽을 아삭 베어 물었을 때 새콤한 맛과 소리를 알아차리는 일. 김이 모락거리는 밥 향기를 맡는 순간을 기억하는 일. 넥타이를 매고 거울 앞에서 몸을 약간 돌려보는 순간을 기억하는 일. 내 몸을 잘게 때리며 들려오는 구두 진동을 즐기는 일. 눈알이 시리게 스치는 청량한 바람을 느끼는 일. 지하철 계단 내려가는 순간 이번 역에 전철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는 일.      

  

이런 행복 찾기 작업을 한차례 하고 말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다. 이틀 하면 이회성이 된다. 삼일째 하면? 그리고 그다음 날도 하게 된다면? 그렇다. 계속해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행복 발견 훈련’이니까. 좋은 훈련의 조건은 ‘단순, 반복’이다.     

  

잠자리에서 일주일만 훈련해 보자. 그렇다면 당신의 삶은 행복의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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