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차가운 바람이 내 뺨을 때린다.
모진 소리를 내며
얇고 가느다란 고막을 가로지른다.
소리 없는 비명은
흐려진 시야를 벗어나
손가락 끝에서 진동을 뽑아내며
비로소 내 몸을 벗어난다.
버틴다.
밀어낸다.
가벼운 욕망으로 얼어붙은 동공은
반짝이는 유리빛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차마 입술을 떼어내질 못하는
답답한 혓바닥은
힘을 주어 입구를 벌린다.
혼자서 뱉어낸다.
결국 만나지 못한
안온(安穩)의 시간은
닳고 닳은 뭉툭한 칼이 되어
실소를 보내며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