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rpe diem Jan 06. 2022

19. 제 (현재) 직업은 엄마입니다

브런치 작가 카드가 도착했다



 브런치 작가 카드가 도착했다. 참 심플하다. 작가명과 브런치 작가 승인 날짜, 유효 기간이 전부인 명함이지만 나쁘지 않다. 딱히 써먹을 데는 없으나 엄마로서의 삶이 전부인 지금, 명함 한 장을 선물 받은 느낌이랄까. 기왕 받은 명함이니 그래도 어딘가에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톡 명함을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직업을 적는 란에서 잠시 망설여졌다. 나는 지금 육아에 전념하는 엄마라 교사라는 본 직업은 잠시 내려놓은 상태인데, 그냥 ‘교사’라고만 적기엔 뭔가 지금의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느낌 때문이었다. 결국 현재 본 캐릭터인 ‘엄마’를 직업란에 추가해 ‘교사 및 엄마’라고 적었다.



 보통 ‘엄마’를 직업이라고 하진 않는다. ‘주부’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 혹은 ‘한 집안의 제사를 맡아 받드는 사람의 아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제사는 없는 집안이니 차치하고라도 우리 집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리는 역할을 맡고 있으니 일정 부분 주부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내 본래 직업을 잠시 내려놓은 가장 큰 이유가 ‘육아’이기 때문에 ‘엄마’로서의 나를 드러내는 단어로는 적절하지 않다. ‘주부’라는 단어 안에 ‘엄마’를 의미하는 뉘앙스는 쏙 빠졌으니 내 직업은 ‘엄마’라고 지칭하는 게 더 옳다.


 엄마가 되고 ‘육아에 치여서’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글을 거의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8개월 차에 접어든 아이는 아주 조금씩 낯을 가리고,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엄마의 손을 타기 시작했다. 한시도 곁에 없으면 칭얼대기 일쑤라서 한편에 미뤄 둔 집안일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아이의 곁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중이다.


그렇게 현재 내 직업은 엄마다.


 올 한 해 더 온전하게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난 후, 내년 이맘때가 되었을 때 교사로서의 내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염려스럽지만 내년의 일은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아이의 엄마로 2022년을 잘 살아 보려 한다. 누구나 엄마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엄마가 되는 건 아니니까,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더 치열하게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서, 명함 위에 박제한 ‘엄마’라는 두 글자가 꽤나 마음에 든다. 한 아이의 인생이 오롯이 내게로 온 만큼, 최선을 다해 난 엄마가 될 것이다.



 오늘도 아이는 열심히 기고 잡고 서기를 반복하며 치열하게 성장하다 곤히 잠이 들었다. 어두운 방 안,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더듬어 엄마의 손과 얼굴을 어루만지며 온기를 찾는 아이가 칭얼대며 엄마를 부른다. 아직은 뭐라고 하는지 정확히 알아듣기 어려운 옹알이 속 엄마 찾기 수준이지만 조만간 눈을 맞추고 정확히 엄마를 불러 줄 아이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에필로그] 그나저나, 기약도 없이 갑작스레 제주도로 떠나게 된 친정 부모님의 소식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내년 복직에 대한 우려라니. 글을 다 적고 나서, 결혼하고도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곁을 맴돌며 신세 질 생각만 하는 처지에 ‘나는 엄마다!’ 선언하듯 비장해도 되는 건가 싶어 순간 멋쩍어졌다. 아이를 낳기 전, 외벌이로 살 걱정을 하는 내게 어떻게든 다 살아진다던 엄마의 말이 요즘 실정에 맞지 않아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위로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 하루는 바쁘니까 내 앞가림 걱정은 나중으로 미루고, 이제껏 고생하신 부모님의 새로운 삶도 응원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18. 고여 있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