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자봉 Jul 05. 2024

손가락이 움직일 때까지 나는 인디스쿨기술연구팀이고 싶다

2023년 여의도 집회 현장에서 개발 중인 인디스쿨 기술연구팀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은 인디스쿨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개발한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꾸준히 학습하고 그것을 다시 인디스쿨에 적용하며 성장한다. 써 놓고 보니 기술연구팀이 하는 일이 간단해 보이지만 일반 IT 기업에서는 운영, 개발, 연구를 각각 다른 부서에서 할 정도로 서로 다른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도의 규모는 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스타트업처럼 일한다. 그저 하고자 하는 일이 되도록, 배우고 노력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술연구팀을 거쳐 간 개자봉들이 여럿 있지만 현재는 활동 중인 개발자는 리누범, 버리, 개자봉,  snowball, 승쨩, 잭프로스트 이렇게 총 6명이다. 그중 리누범과 버리(현 인디스쿨 대표)는 인디스쿨 초창기부터 인디스쿨을 개발하고 운영한 이전 기술연구팀장이다. snowball, 승쨩, 잭프로스트는 다음 세대의 인디스쿨을 이끌어 갈 유망주다. snowball과 승쨩은 인디스쿨에서 인터뷰한 적도 있다. <인디뷰 3월호 좋아서 하는 사람들> 참고.


기술연구팀은 모두 교대를 졸업한 현직 교사 출신이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놀라고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개발과 서버 운영 경험이 있으니 인디스쿨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2010년 당시 팀장님에게 트위터를 통해 자원했고, 2011년부터 기술연구팀에 합류했다. 당시 팀의 이름은 웹서비스운영팀(줄여서 웹팀)이었는데 2013년 기술지원팀으로 변경되었다. 기술지원팀이 되고 나서는 홈페이지 개발과 운영뿐만 아니라 방학 중 연수에 따라가서 짐 나르기 지원, 고기 굽기 지원 등 많은 것을 지원했다. 2018년부터 내가 팀장이 되면서 팀명도 기술연구팀으로 변경되었다.


기술연구팀은 매주 금요일 저녁 9시부터 온라인 회의를 한다. 현재 처리해야 할 문제나 공부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해결이 되지 않는 이슈에 대해 서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빨리 끝날 때도 있지만 자정을 넘어갈 때도 많다. 금요일이라 약속이 있는 사람도 있고 많은 사람이 빠지면 아예 회의가 취소되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합정역에 있는 인디스쿨 공간에서 오프모임을 한다. 보통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음 달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에 대해 의논하고 개발을 한다. 정기적인 모임 외에는 메신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기술연구팀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당연히 인디스쿨 웹사이트가 24시간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서버가 부족할 때는 서버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더 좋은 사양의 서버로 교체했다. 서버가 고장 났을 때는 서버가 있는 IDC(서버가 모여 있는 장소)로 찾아가 전문 기사와 함께 수리를 하기도 했다. 서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성능 최적화도 했다. 물리적인 서버로 인디스쿨을 관리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클라우드 서버로 이전했다. 그래도 언제나 위기는 찾아왔다. 예전에는 '3월 대란'이라는 말이 있었다. 새 학기 준비를 많이 하는 시기에 인디스쿨 서버는 엄청 느렸다. 인디스쿨 서버가 가장 붐비는 출근 시간~1교시 전까지는 항상 접속이 어려웠다. '이제는 다 해결이 되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2023년 7월 이후에도 그랬다.


인디스쿨은 PHP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개발한다. 여러 명이 동시에 개발해도 문제가 없고 모든 코드 변경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Github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서로가 작성한 코드를 보고 오류는 없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을지 의견을 교환하는 코드 리뷰를 한다. 새로 작성하거나 변경한 코드를 반영할지 결정하고 실제 운영 중인 서버에 새로운 코드를 반영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현업 개발자에 준해 개발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팀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 인내하고 실험하고 도전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신기하다. 교사인 나는 어쩌다가 웹개발자, 서버 운영자가 되었을까? 초등학생 때 배운 프로그래밍 언어 GW-BASIC이 영향을 미쳤을까? 할머니가 사주신 286 컴퓨터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렇다 치고 다른 팀원은 도대체 어쩌다? 저마다 개발을 하게 된 계기는 다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 이 일을 재미있어한다는 것이다. 리눅스라는 운영 체제를 개발한 리누스 토르발스(Linus Benedict Torvalds)도 그랬다. 그냥 재미로 시작했다고.


인디스쿨이 생긴 지 20년도 넘었다. 앞으로 20년 더 존재할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언젠가 회의를 하면서 언제까지 인디스쿨에서 봉사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까지는 개발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손가락이 움직일 때까지는 인디스쿨이 계속 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는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