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Slump
스태미나라든가 활동 등의 소침(銷沈) 또는 부진 상태.
스포츠에서 주로 쓰는 용어로 연습 과정에서 어느 기간 동안 효과가 올라가지 않고, 의욕을 상실하여 성적이 저하된 시기.
글이 정말 정말 안 써지는 날, 혹은 그런 시기가 있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생각조차 없는 상태.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장된 글감은 많지만 쓰고자 하는 의욕이 잘 안 생기는 때. 그런 날, 그런 시기가 있다.
왜 안 써질까? 정말 슬럼프인 걸까?
성장 과정에서 슬럼프와 비슷한 ‘고원(高原, plateau)’이라는 개념이 있다. 마찬가지로 연습한 만큼의 성과가 없는 시기지만 ‘고원’은 일시적인 정체인 반면 슬럼프는 기술 악화나 심리적 동요, 초조가 현저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다르다. 슬럼프를 연구한 스미스(J. H. Smith)는 슬럼프의 원인으로서 다음의 네 가지를 들고 있다.
1) 하나의 요인에 대한 지나친 집중.
2)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인에 대한 주의 동요.
3) 다른 요인 사이의 협조에 지나친 주의 집중.
4) 두 작업의 상호 작용(지나치게 의식하는 것과 작업 요인의 상호 작용에 의함).
스포츠 활동에 국한된 설명이긴 하나 이는 글쓰기에도 적용해 생각해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나치게 집중해도 슬럼프가 올 수 있다는 것. 집중력도 지나치면 에너지 소모가 과해 지치게 된다. 주로 노력에 대한 보상, 결과물이 기대 이하일 때 슬럼프가 올 수 있다.
낮은 성과로 인한 슬럼프
성과가 없으면 소진되는 에너지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가진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결국 지치는데, 이 경우 회복이 쉽지 않다. 글쓰기에 대한 성과 기준은 다양할 수 있으나 무엇이 되었든 성과가 안 난다면 과정을 살펴야 한다. 왜 성과가 나지 않는지. 실력 부족인지.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혹은 환경이 문제인지.
‘왜 안 써질까’에 대한 고민의 이면 : why가 없기 때문
‘왜 글이 안 써질까’에 대한 고민은 근본적으로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는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한 이유가 없으니 동기부여가 어렵다.
슬럼프라는 그럴듯한 핑계
슬럼프는 하나의 그럴싸한 핑계일 수 있다. 게으름에 대한 핑계. 혹은 나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알아달라는 인정 욕구의 다른 이름.
완벽주의, 잘하고자 하는 욕심
지도하고 있는 분들에게 종종 관찰되는 현상인데, 지나친 칭찬이 슬럼프를 부르기도 한다. 잘했다 칭찬받으면 그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케이스다.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과 강박이 슬럼프를 부르는 것이다. 이후 호되게 지적받으면 대체로 회복되긴 하지만.
어쨌거나 안 써질 때 : 슬럼프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법
글이 안 써지면 안 쓰면 된다. 쉽다. 슬럼프의 원인이 지나친 집중이든, 피로 누적이든 뭐든 간에 일단은 쉬는 것이 좋다. 슬럼프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비결이다. 억지로 쓰려는 노력이 극복 방법이기도 하나,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많다. 지치면 쉬는 것만한 해결책이 없다.
다만, 슬럼프가 그럴싸한 핑계일 땐 예외다. 그래서 슬럼프가 왜 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위로가 받고 싶은지, 정말로 쉬고 싶은지.
슬럼프는 글쓰기나 블로그 운영에 대해 코칭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훈련도 선수가 지치면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이 정말 정말 안 써지는 날, 혹은 그런 시기가 있다. 멍하면 멍한 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생각조차 없는 상태에선 굳이 생각을 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면 안 쓰면 된다. 쓰고자 하는 의욕도 잘 안 생긴다면 쉬어야 한다. 그런 날, 그런 시기에 있다면 그냥 그렇게 보내면 된다. 굳이 벗어나려 발버둥칠 필요 없다.
물에 빠지면 차라리 힘을 쭉 빼고 바닥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팍!’ 하고 바닥을 박차고 오르는 방법도 있다.
괜찮다. 괜찮으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