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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유 May 23. 2022

[후기] 알고 마시면 더 맛있어요

남의집 전통주 테이스팅 모임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다양하게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시음회, 양조장 견학 같은 이벤트를 즐겨 찾는 편이에요. 3년 전쯤 지인 찬스로 전통주(호랑이배꼽) 팝업 행사에 참석했었는데 저의 酒관이 크게 바뀐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전통주라 하면 동동주나 막걸리만 떠올렸고 올드하다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전통주 안에도 다양한 카테고리와 맛이 있고 또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양조장에 대한 정보를 알고 마시니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지 남의집에서도 전통주 모임이 종종 열리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호스트 '오보강'님께서 여는 전통주 테이스팅 모임은 좀 더 특별해 보이고 후기도 워낙 좋아서 꼭 참석해보고 싶었답니다.      

모임 소개에서부터 가게가 위치한 곳이 외지다는 걸 강조하셔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마을버스를 코앞에서 놓친 터라 언덕을 걸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늦을까 봐 마음이 조급한 거 빼곤 운동화 신고서는 걸어올라 갈만 했어요. (단, 더운 여름철이나 굽 높은 신발을 신으셨다면 마을버스나 택시를 추천드립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뷰가 멋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만 갔는데요,

짜잔! 서울 도심이 창 밖으로 펼쳐져 있었어요. 

어두워지면 더 멋있겠죠? 야경도 기대해주세요.   

저까지 모임 참가자는 5명이었고 호스트 분 소개와 함께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보강'이라는 바 이름이 독특하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이라 전통주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호스트님 성함이었네요. 저는 성도 이름도 흔한 편이라 개성 있는 이름을 가진 분들을 보면 기억하기도 좋고 브랜딩이 절로 되는 것 같아 부럽더라고요.

요리 준비로 분주하신 호스트님이 잠시 부엌으로 들어가신 사이 다른 참가자 분들과 자기소개를 하며 담소를 나누었어요. 다들 남의집 모임 참석도 여러 차례 해보셨고 일요일 저녁에 이곳까지 찾아오신 분들 답게 전통주와 먹는 데 진심이신 것 같더라고요.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각자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며 모임의 분위기는 무르익어갔습니다.

아차차 첫 번째로 나온 식전주와 요리는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6%)와 옛날 과자, 육회였습니다.  식전주인만큼 도수가 높지 않고 담백해서 저같이 술 약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마시기에 딱이었어요. 

두 번째는 서울효모방의 미미미-1 단홍(13.5%)이란 술이었는데요 라즈베리, 비트, 히비스커스로 강렬한 붉은 색감을 냈다고 합니다. 함께 내주신 바지락 술찜&파스타도 칼칼하니 안주로 잘 어울렸어요. 

평범한 연구원이었던 호스트께서 전통주 바를 오픈하게 되기까지의 여정과 가게를 운영한 지난 몇 달간의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들었어요. 그리고 참가자분들의 하시는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게 되었는데 다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계셔서 흥미로웠습니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맛있는 요리와 술이 뒷전이 되어버리는 지경까지 되어 호스트님의 재촉 아닌 재촉을 들으며 맛있는 수다는 계속되었답니다. 

어디선가 삼겹살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보면 된장 삼겹살 구이를 만들어 오시고 고추장찌개까지 뚝딱뚝딱.  아니 사장님 요리 정식으로 배운 적 없다면서요~ 그냥 유튜브 보고 쓱쓱 하신 게 이 정도라고요?? 혹시 말로만 듣던 요리 천재?! 바인지 식당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맛난 요리들 덕에 배가 빵빵해져 버렸어요. 

이어서 좋은술 양조장의 천비향이라는 약주(16%)와 술아원의 복단지(14%)와 경성과하주(20%)까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맛보고 관련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서 알찬 시간이었어요.  

어느덧 해가 저물고 늦은 밤이 되어 멋진 야경이 펼쳐졌어요. 눈으로 보는 것만큼 잘 안 담겨서 속상하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 역까지 택시비를 챙겨주시는 센스!

멀리까지 찾아와 준 게스트들에 대한 배려와 고마움이 모임 내내 느껴져서 훈훈했습니다. 


단순히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기보다는 

1. 다양한 전통주와 페어링 안주를 맛보고

2. 다른 사람들과 함께 취향을 공유하고 즐기고 

3. 회사 소속이 아닌 자기만의 일을 갖고 공간을 운영하는 스토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참여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남의집 #남의집프로젝트 #남의집거실여행자 #취향모임




※이 콘텐츠는 남의집 서포터즈 거실여행자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https://bit.ly/3LQB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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