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비 Aug 06. 2024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 2

ChatGPT가 최초 출시된 날은 2022년 11월 30일이다. 출시된 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 계속 버전 업이 되더니 GPT-4o가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었다. 물론 AI의 시작이 1950년대부터 시작했으니 그 발전 과정을 보면 짧은 기간은 아닐 수 있지만,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고, 공상 과학 만화와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사람처럼 말하고 걷고 생각하는 AI 로봇이 일상 속으로 들어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AI에 문외한인 나도 그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보니 실제 기술은 훨씬 더 혁신적으로 이미 이뤄졌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미 일터에서 AI 로봇들과 함께 일하는 현실이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기본적인 단순 작업들은 AI에게 넘기고 사람들은 보다 고차원적 사고가 필요한 일들을 해내야 한다. 조직에서는 이미 그렇게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 이런 속에서 무엇보다 사람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신입보다는 경험이 있는 경력자가 채용 시장에서 더 경쟁력이 있기도 하고 더 다양한 요인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인성, 태도와 같은 가치들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물론 완벽한 태도와 인성을 세팅한 로봇이 있다면 차별점이 있을 것인가도 고민해 볼 지점이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는 인간이 로봇보다 낫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내가 추구하는 나의 가치는 무엇인지 아는 것은 나만의 뾰족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커리어 1막을 마무리할 때, 운 좋게,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가치나 가치관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단지 그것을 알고 있느냐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어떤 가치를 갖고 살고 있다는 것을 몰라도 내 삶을 잘 디자인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럼에도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내 가치의 방향성을 잃지 않으며 살고자 했을 때, 그 삶은 더 충만한 느낌이 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재단을 퇴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새로운 일을 좋아하며 미래지향을 추구하는 나의 가치와 과거의 유산을 현재로 이어와야 하는 일들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가치 충돌이었다. '원칙과 상식'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내 삶의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나니, 나는 정말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다소 극단적일 수 있는 방법으로 그 여정을 시작했다.


'나에겐 하나의 영혼이 존재하듯, 친구란 또 하나의 나의 영혼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그때(기화)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주변에 알려라.', '로켓에 자리가 나면 일단 올라타라' 등등 내가 살아가면서 기준점으로 삼았던 가치관들이다. 물론 이 보다 더 크고 작은 중요성을 갖고 있는 나의 가치관을 이루는 생각들이 많을 것이다. 커리어 2막을 앞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막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받았던 '코칭'을 1순위로 염두에 두게 되었다. 평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코칭은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훌륭한 리더십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 2막의 시작을 동작구청에서 전액 출자한 어르신 일자리를 통한 복지 실현을 위해 설립된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초대 대표이사로 일하게 되었다. 동시에 (사)한국코치협회의 인증 코칭 기초 교육 20시간을 받으며 코칭에 입문하게 되었다. 코칭은 커리어 2막을 시작하는 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처음으로 한 기관의 기관장으로 회사 경영을 해야 하는 시점에 코칭 리더십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에도 도움을 받았고, 후에는 코치 자격증을 하나하나 취득하면서 전문 코치로 커리어를 연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코칭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삶의 가치를 갖고 인생 후반부를 살아갈 것 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점이 생겼다. 모든 영리, 비영리 조직에는 조직의 미션, 비전, 핵심 가치, 인재상 등 비전 체계도가 있다. 모든 항목이 다 중요하지만, 여기서 나는 우선 핵심 가치에 주목했다. 조직별로 다르지만 대부분은 3개~8개가량의 조직 핵심 가치가 있다.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도 회사 설립 초기에 직원들과 함께 만든 핵심 가치가 '행복, 존중, 변화, 성장, 공익, 안전, 고객만족'으로 8개였다가 중반부 비전 체계도를 다시 세팅할 때 '행복, 존중, 변화, 성장'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기업이나 기관에는 이런 핵심 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조직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과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에게 이런 핵심 가치가 존재한다면? 역시 개인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타인과 관계를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해 만든 나의 핵심 가치는 '존중, 창의성, 행동, 유연성, 기여'이다. '존중'이라는 가치는 나와 타인을 함께 존중한다는 나의 기본 철학과도 같다. 여기서 '존중'은 '신뢰'를 포함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그 위에 '창의성과 행동'이라는 내가 추구하는 행동 가치가 나의 삶 전체에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되어 넣었다.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맑고 깨끗한 물로 살며 누군가에게 생명수처럼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이미지를 갖고 살고 있는데, 맑고 깨끗한 물을 표현한 것이 '유연성'이다. 핵심 가치를 5개로 맞추고 싶었는데 마지막 5번째가 채워지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지혜, 사랑' 등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했다. '영향력'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기는 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힘을 행사하는 느낌이라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어느 날, 한 그룹코칭 수업에서 도구로 활용했던 펼쳐진 '단어 카드'들 속에서 눈에 딱 보인 것이 '기여'다. 원래 알던 단어였을텐데, 그동안 마음에 오지 않더니 그날따라 내 눈에 크게 띄었다. 맞아 나는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 내가 어디서건 작은 것이라도 내 몫을 책임감 있게 해내면서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었구나를 깨달았다. 이렇게 5가지 핵심 가치를 갖추고 나니 너무 든든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의사결정을 할 때 이 기준으로 하면 되니 고민될 것이 없이 명확했다. 내가 어디서 일하고 싶어 하는지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젠 내 가치와 조직의 가치가 달라도 그것을 '얼라인(Align)'할 수 있다는 것도 경험으로 배웠다. 


이렇게 나의 가치들을 찾았다고 하지만, 여기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이 가치들은 언제든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내 '유연성'의 가치가 발현되는 것이기도 하니 가치가 얼마나 나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창의성(creative)과 행동(active)' 가치를 활용해서 '크리액티브(CreAtive) 소사이어티'라는 회사 이름도 만들었다. 그만큼 나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이다. 최근에는 '기여' 대신 '영감', '지혜'가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앞의 4가지 가치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삶의 가치를 지향하며 살아가는 가는 나의 삶의 방향성을 잡아주고 나를 표현하며, 지속 가능한 번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치가 무엇인지, 꼭 챙겨봤으면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