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담긴 온도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생겨나는 어색함을 싫어한다. 예전엔 그 어색함이 싫어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꺼리기도 했었고, 그랬기에 소개팅과 같은 만남은 세상 따분하다 생각했다. 사람이란 동물이 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기에 서른 여섯의 나 역시, 처음 만나는 사람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다. 그래도 7년 간의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 특성상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때 나를 괴롭히던 수학의 통계와 확률 파트처럼, 어렵긴하다.
그래서 나는 누구를 만나 10초 이상의 정적이 흐르는 것을 못견디는 편이다. 이 시간은 보통 ‘이제 무슨 말을 하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쓰여진다. 눈은 그 사람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얼른 꼬여있는 실타래의 시작점을 찾아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하는데! 그런데 가끔은, 이 시간마저 너무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10초, 아니 1분이 조용하게 흘러가도 불안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사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초조한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들어 주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나지막이 말하던 초코파이 주제가처럼, 말하지 않는 그 순간도 따스함으로 채워주는 사람.
나는 오늘도, 적막이 만든 불안한 공기조차 편안함으로 만들어 줄 그런 사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