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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모드 Apr 29. 2022

다시, 제주 Day 3

많은 걸 하지 않아도 좋았던, 제주의 봄날


제주에서의 세번째 아침이 밝았다. 첫 날은 너무 잘 잤는데, 오늘은 일행도 나도 새벽에 깨서 한참을 뒤척이고 푹 자지 못했다. 11시 체크아웃이지만 11시30분까지 밍기적거리다 겨우겨우 체크아웃을 마치고 로비에 앉아 뭘 먹을지 검색을 했다. 우리의 선택은 은희네 해장국!



서울에서 보던 일반 해장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비주얼이지만, 국물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안에 들어있는 당면이 정말 쫄깃쫄깃 :) 너무 맛있었다.


아참, 해장국이 나오자마자 이렇게 계란을 풀어줘야 한다. 그럼 더욱더 부드럽고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는! 원래 막걸리도 한 병 시켜서 마셔볼까 했는데 매장에 제주 막걸리밖에 없었고, 지평생처럼 달달한 맛이 아니면 막걸리를 잘 못마시기에 주인분께 제주 막걸리는 어떤 맛인지, 달콤한 맛인지 여쭈었으나 본인은 막걸리를 마시지 않아 모르겠다고 하셔서 패스하기로.



맛있는 해장국을 든든하게 먹고 근처 카페에서 조금 쉬기 위해 걸어 보았다. 캐리어를 끌고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힘들어서 사진은 없고. 겨우겨우 찾은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며 숨을 고르고.



일행인 동생은 오늘 서울에 가야해서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시간 맞춰 공항으로 향했고, 나는 카페에 남아 업무를 했다. '제주도까지 가서 무슨 일이야?' 하겠지만, 휴가를 쓰면 일을 안해도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인과 달리 나는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해야만 돈이 나오는 프리랜서이기에 어쩔  없다. 언제든   있지만 언제나 일해야하는 인생. 물론 이미 10년째 이렇게 살고 있어서 많이 익숙해졌고, 여행지에서 일하거나 주말일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다만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이 이런 나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화가  수도 있겠지.



일을 하다보니 어느 새 5시가 넘었다. 아직 마무리는 못했지만 내일 비소식이 있기에 얼마 남지않은 오늘이 아까워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오늘의 숙소는 한경면에 있는 '여름이네 민박'


중문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 정도 달려 도착! 여름이네 민박으로 가는 길 :) 동네가 아기자기 너무 예뻤다.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싶어!!!


내가 예약한 방 :) 사진 보고 너무나도 내스타일이라 바로 예약을 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맘에 들었다. 호텔도 좋지만 내 방처럼 편안한 매력 때문에 에어비앤비를 포기할 수 없다. 화장실을 옆방과 쉐어하는 게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다행히 여자 한 분, 럭키!


숙소에서 핸드폰 충전을 잠시 하고, 혼술을 하기 위해 찾은 금능 반지하! 추천받은 곳인데, 뚜벅이라 버스 정류장에서 반지하까지 가는 길이 조금 어두워 무섭긴 했지만 노래를 들으며 걸으니 금방 도착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위기! 나는 쿵쾅쿵쾅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곳이나 엄청나게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연스러우면서 편안한 공간이 딱 내스타일! 어쩜 이런 곳을 추천해 주셨는지, 너무나 감사할따름!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곳인데, 해질녘에 왔다면 더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밤바다를 보는 것도 나름의 낭만이 있어 좋긴 했지만, 비양도+노을 조합은 정말 아름다울듯! 다음엔 꼭 매직아워에 방문해야지 :)


맥주, 그리고 제주 바다 :) 오롯이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눈물날만큼 좋았다. 평소 맥주를 잘 마시지는 않지만, 솔솔 불어오는 바닷 바람과 밤 바다 소리, 사진에는 없지만 저 멀리 보이던 불꽃 놀이, 이어폰 너머 '잠이 오질 않네요'까지. 정말 모든 것이 완벽했다. 평생 잊지못할 시간이 될듯.


물론 맥주만 마신 건 아니다. 시그니처 메뉴인 슈바인학센도 주문했는데 겉바속촉 제대로! 맥주와 정말 잘 어울리는 메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만두 먹지 말고 빈 속으로 올걸... 후회를!


결국 요만큼 먹고 ... 나머지는 포장해 주신다고 하여 가져오긴 했는데 과연 먹을 것인가....!! 다음에 또 혼자 가게 되면 그 땐 맥주만 마셔야겠다. 아니, 다음엔 혼자 말고 둘이나 셋이 오는 걸로 :)


한참 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보고 있는데 뒤에서 사장님 목소리가 들렸다. "강아지 예쁘죠?" 뒤를 돌아보니 이렇게 귀여운 뽀시래기가 +_+ 이제 3개월 되었다는데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걷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다음에 오면 그 땐 늠름한 청년 강아지가 되어 있겠지? 그 때 또 만나자 :)



하루종일 딱히 특별한 걸 한 건 없지만 아주아주 낭만적인 제주의 봄 밤을 마주한, 셋째날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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