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힌 요즘의 나
‘둥글지만 단단하게’
내가 추구하는 나의 모습이다. 어느 한 곳 뾰족하거나 모나지 않은, 둥글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단단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비교적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요즘, 어느 때보다 뾰족한 가시가 자라나고 있다. 언제부터 자라났고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이 가시들이 내 삶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
그 동안 가슴 깊숙히 쌓여있던 서운함과 미련, 분노와 울화, 상실감과 질투라는 먼지들이 응어리져 내 표정, 내 말투, 내 몸짓 하나하나를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이 가시는 통제불능이라 빼내려 해도 빠지지 않고, 몸부림 칠수록 내 안으로 파고들어 나를 아프게만 한다. 결국 나의 선택은 타인에게 이 가시들을 털어내 잠시라도 고통을 잊어보는 것 뿐인데, 그렇게 털어낸 가시는 결국 후회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다시 내 안에 깊이 박히고야 만다.
요즘의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 외롭게 피어있는 선인장과 같다. 철저히 고립된, 가시로 뒤덮힌 나의 자아는 최소한의 물도 거부한채 뜨거운 모래 위에 홀로 서있다. ‘선인장은 물 안줘도, 자주 들여다보지 않아도 괜찮아‘ 라는 말만 굳게 믿고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어리석은 선인장이 아니었음 하는데, 어느 새 난 뾰족한 가시를 잔뜩 두른채 속은 텅 비어버린 외로운 선인장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