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_프롤로그: 21살 여름방학, 영국에 한달간 혼자 가다.
때는 바야흐로 2014년 여름.
21살의 대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무려 한달의 기간동안 혼자서 영국 각지를 여행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혼자서?" "한달이나??" "영국만???" - 왜???
네, 이게 원래말이죠.
원래 저는 영국 런던 소재의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었습니다. 최종 합격까지 했었고, 기숙사만 신청하고 짐만 싸고 훌쩍 떠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영국 대학들은 영국 학생, EU권 국가 학생, 그리고 비-EU권 국가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학비가 달랐고, 저는 여지없이 가장 비싼 비-EU권 학생의 학비를 지불하고 영국 학생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참이었습니다.
부모님께 그 어마무시한 학비와, 런던(aka. 살인적인 물가의 도시)에서의 생활비까지 대달라고 했다간, 역사에 길이 남을 등골 브레이커가 될것이 분명했죠.
또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대단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기에, 역대급 등골 브레이커라는 타이틀과 영국 학사 학위를 맞교환하는 것은 그닥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직접 학교에 진학을 포기하겠다는 이메일을 작성했고, 과의 학부 교수님과 통화까지 하면서 못을 박았죠. 교수님 왈:
"We are sorry that you won't be joining us."
땅땅.
그런데 이렇게 어찌저찌 제1지망 대학교의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자니, 매일마다 영국이 아른아른거렸달까요.
아니 떨어졌으면 또 몰라, 합격까지 해놓고 제 손으로 입학을 포기해 놓은 것이니 지금 생각해봐도, 매일마다 영국이 꿈에 나올만도 합니다.
그렇게 중2병보다도 무섭다던 대2병 초기.
저는 장학금과 과외를 하면서 모아둔 전재산을 싹싹 긁어, 영국행 비행기를 예매했습니다. 기왕 가는 여행이니 최대한 많은 것을 남겨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간은 통크게 한달, 나라는 영국 그리고 지역은 영국 각지를 돌기로 정했죠. 한달동안의 영국 전국일주.
이왕 혼자 가는 참, 적적할때는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말도 걸고 친해져볼 참이었죠.
사람들이 만 20살의 홀로 뚜벅이 여행꾼인 저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커다란 스케치북을 샀죠.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what do you know now, that you wish you'd known then?(당신이 20살적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 뭔가요?)"이라고 물을 참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케치북에 그들의 답을 기록할 참이었죠. 이름하여 스케치북 프로젝트. 영국 한달 여행기 프로젝트 속의 미니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기다려 가게 된 소중한 여행인 만큼, 매일매일 일기를 남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크기의 연녹색 노트를 샀죠.
비행기 티켓 예매, 숙소 예약, 한달치 자유여행 기차권 예약. 이렇게 제 여행 준비는 끝났습니다.
각지 도시에서 누구와 언제 뭘 할지는 모두 열려있는 상태로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 한달간 아주 신나게 길을 잃고, 길을 발견하고, 느끼고 배울 작정으로 말이죠.
안녕! 나 영국 한바퀴 돌고올게!
그렇게 시작된 영국 한달 홀로 여행기. 제 스케치북과 연녹색 노트 속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