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한 파출소에서 정년을 마친 아버지는 개인택시를 운행한다.
경찰이 되기 전에도 그의 직업은 택시 기사였다.
집 앞에는 반짝이는 주황색 대우 맵시나*가 서 있었다.
퇴직 후, 택시 운전을 하겠다는 바람대로
몇 년의 회사 택시 운전 끝에 개인택시를 샀고, 다시 몇 년이 지났다.
나는 그 햇수를 특정할 수 없다.
나는 아버지와 관련된 대부분의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오늘 그의 차 조수석에 처음으로 앉았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싶어하는 나는
그의 옆에만 앉으면 세상에서 가장 불친절한 손님이 된다.
무심코 올려다본 조수석 창문위에 택시 운전 자격증이 보인다.
나를 너무 닮은 아버지가
한 번도 본적 없는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나는 언제나 그와는 가장 먼 거리에서 걷고 싶었다.
어느 하나 그와 닮고 싶지 않았다.
나와 동생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환한 미소가 낯선데,
그 표정이 사진을 통해 보았던 나의 웃는 모습과 너무 닮았다.
멀어지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주 보고 걸어온 것처럼 가까이 있다.
햇빛 가리개를 내려 택시 운전 자격증을 가렸다.
*맵시나 : 1983년 대우자동차에서 출시된 승용차. 맵시나에서 ‘나’는 ‘가,나,다’의 의미로 ‘두번째 맵시’라는 뜻.
(* 출처 https://www.carisyou.com/magazine/FOCUS/72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