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끝에 있는 떡볶이집이었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 집. 불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기억날만큼 친절하지도 않았던, 그렇지만 이름은 ‘친절떡볶이’인 집이었다.
이제는 줄서서 먹는다는 김치볶음밥 맛집인 분식집 ‘신혼부부’는 마침 휴무였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려던 찰나, 단골집이 떠올랐다. ‘그 집 그대로 있을까, 아주머니는 그대로 계실까?’ 모퉁이를 돌아 가게를 살펴 보았다. 여전히 다른 가게들 보다는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았고, 다행히 아주머니는 여전히 일하고 계셨다. 무엇을 살 생각이 없었기에 지나칠 생각으로 둘러보다가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머니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알은체를 하셨다. 나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다른 곳을 둘러보다가 김밥이나 사가자 해서 그곳으로 다시 갔다. “사장님, 저 아시겠어요?” “그럼 알지, 왜 그냥 갔어. 서운하게.” 하셨다.
타임 머신을 타고 미래로 온 느낌이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아주머니만 나이 들어서 할머니에 가까운 나이가 된 것 같았다. 따지고 보니 아주머니를 처음 본 게 근 30년전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도 15년은 된 것 같았다. 나의 얼굴은 매일 거울을 통해서 확인하고,부모님이나 주변의 사람들은 자주 접하기 때문인지 얼굴로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학교, 군대, 직장에 이르기까지 수 없이 많이 옮겨 다녔는데, 아주머니는 1평이 채 되지 않는 공간에서 30년 이상의 시간을 살아 내셨다. 불편한 작업 공간 때문인지 어머니 또래로 추정되는 아주머니의 등은 조금은 굽어 있었다.
김밥 다섯 줄을 주문했다. 떡볶이가 소진되어 하얀 떡 한 봉지를 쏟아 부은 직후였다. 아주머니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랜만에 찾은 단골이 반가웠던지 다 싼 김밥에 깨와 참기름을 바르는 손이 예상보다 여러 번 움직였다.
만원 한장을 받으며 “고마워요” 하시던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선하다. 다음에 내려가면, 이곳을 자주 오던 친구와 함께 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