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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ybelly Mar 25. 2020

남보다 조금 더 외로운 사람의 일기

2. 선생님, 저는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 왔어요. 

"어떤 도움을 받고 싶어서 오늘 저를 찾아오셨죠?"

"저는 이차저차해서 힘이 들구요... 지금 이런기분이라 일상생활에 아무런 흥미도 재미도 못 느끼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마치 세게 이별을 겪은 것처럼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자꾸만 혼자 있는데 눈물이 났고 몸이 몸살 걸린 것처럼 자꾸 아팠다. 이게 우울증인건가? 퍼뜩 걱정이 되었고, 그렇다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는 마음에 수소문 끝에 친구의 소개로 정신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우울증은 감기같은 거야. 요즘 정신과 가는 건 흉도 아니야.' 이런 글을 많이 읽었던 터라, 정신과의 문턱을 넘는데 두려움은 없었지만 막상 가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의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 물론 정식으로 치료를 받진 않았지만, 몸의 상태를 체크하고(호르몬 불균형 등) 몸에 문제가 있다면 약을 써서 우울증과 불안함등을 치료하는 방법을 쓰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내 몸은 매우 건강했고, 그저 정신에서 나오는 문제인 거 같다며 내게 현재 내 상황과 무슨 도움을 받고 싶어서 왔는지를 설명해 보라고 하셨다. 


친구나 가족이 아닌 낯선 3자에게 현재 내 상황과 마음을 설명하기에 진료시간 10분을 너무도 짧았다. 압축해서 설명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내 상황은 전혀 힘든 상황이 아닌 것 같았고...(좋은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데, 회사에서 친했던 동료들이 많이 떠났고 이직을 하려고 보니 막상 불안하다.) 선생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저한테 어떤 도움을 원하세요?"라고 반문하셨다. 


하마터면 요약 정리하여 "제가 오늘 받고 싶은 도움은 세가지입니다."라고 답변할 뻔 했다.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어 "객관적으로 이 상황이 많이 안 힘들어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현재 이 이유때문에 너무 우울하고 불안하고 일상생활이 제대로 안되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왔습니다."라고 고했다. 


선생님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두가지 제시했는데 1.세로토닌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약을 써서 우울증과 불안함을 조금 더 느긋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2.심리검사를 시행해 과거로부터의 나를 찾아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함께 해결해본다.  이렇게 두가지 제안을 주셨다. 결과적으로 둘 다 시도하지 않고 병원 문을 나왔다.


무엇보다도 약을 쓰고 싶진 않았다. 그동안 살아오며 다양한 상황에서 우울함과 외로움이 날 치고 지나갔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해결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심리상담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10분만에 이 상황을 설명하고 진단받는 것 보다는 좀 더 마음편하게 한시간정도 넉넉한 시간을 갖고 서로를 알아가며 도움받는 심리상담가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전 처음 정신과를 찾아가 본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정신과에 가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에 대한 미련을 없앨 수 있었고, 몸이 건강하다는 것에 큰 안도감을 느꼈으며, 결국 내가 뭘 원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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