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를 사랑한 죄.
생각해보면 외롭지 않았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외로운 상태는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왔다 갔다 하는데 최근 더욱 외로워졌던 발단은 이직을 시도해 보면서였다. 이직을 원했던 이유야 다양하게 있었지만, 깊은 의미에서는 더이상 회사에서 마음을 나눌 사람이 많지 않다는 공허함이 컸다.
현재 직장은 사람의 들어오고 나감이 다른 회사보다 많지 않은 곳이다. 그만큼 직장 동료와의 관계도 끈끈하기도 하고, 또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나가게 되면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모두 같은 곳에서 보내다 보니, 이제 이 공간과 사람들이 없는 내 삶을 상상하기가 힘들어졌고, 그러면서 개인적인 삶의 나보다 공적인 삶의 나를 더 앞세워, 마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거나 잘 안 풀리면 내 존재가치를 낮게 여기는 일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중간에 정신을 차렸고, 작년 연말부터 회사에 100% 종속되어 있던 내 삶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저녁엔 회사가 아닌 곳에서 책도 읽어보고, 독서 모임도 들어가서 직장 동료가 아닌 사람들도 만나 보고, 먼저 회사를 떠난 동료들도 만나 이야기도 들어보고 참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이 노력들이 점점 결실이 맺어져, 드디어 이직을 시도해보게 되었고, 직장과 나를 떼어서 보는 수많은 과정을 거치며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멘붕을 겪게 되었다. 이런 비유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진절머리가 난다고 하지만, 마치 첫 남자친구와의 헤어짐을 다시 겪는 기분이었다. 이미 사랑은 끝났지만, 헤어짐과 극복의 경험이 없어 헤어지자는 말을 입밖에 못 내고 몇달간 구질구질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 같은 답답함과 외로움이 한번에 밀려 들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직장과 다른 점은, 첫 남자친구는 감정이 있는 생물이었다면 회사는 일종의 무기체였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외로움을 느끼고 어떤 절박함을 가지고 매일 출근을 하는지와 상관없이 쌩쌩 잘 돌아갔고 여차하면 다른 사람으로 채우는게 너무나도 당연한 곳.
이 과정에서 나는 '회사'를 사랑했다기 보다,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사회 생활과 관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가치 증명이 더 소중했던 것 같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 글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외로움의 극복 과정을 최대한 꾸밈없이 털어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