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준다고 하고 사주지 않는 이유가 뭘까 2.
6일째다.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던 여직원은 주말 뺀 4일 동안 입으로는 금방이라도 사줄 것처럼 하고 다녔지만 얼음은커녕 콩알만 한 사탕 하나 사주지 않았다. 밥이라도 사주려고 그러나? 술이라도 사주려고 그러나? 어쨌거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준다던 그녀의 말을 찰떡같이 믿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처음 말을 꺼낸 것은 나였지만 그 후로 다른 이가 더 많이 사달라고 했었다. 내가 3번을 말했다면 다른 이는 한 10번쯤? 그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네 알았어요 사드릴게요 라며 정말 사 줄 것 같은 목소리와 정말 사 줄 것 같은 눈빛으로 우리를 현혹했다.
아침에도 말을 했던 터라 점심이 되면 드디어 먹겠지 싶었는데 너무 기다린 탓이었을까? 기다리다 보니 진짜 목이 뻐근하다. 아이스크림 때문이었을까? 다시 말하지만 아이스크림은 나의 최애는 아니다. 단지 누군가 사준다고 하니 기분 좋아지는 건 당연한 것뿐이다. 아니 뭐 그렇다고 내가 거지는 아니고.
점심이 되었다. 나가는 길에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혹시 아이스크림 사 줄 테니 대신 밥 사달라고 따라오는 거 아니죠?
빵 터진 그녀가 아니라고 우겼다. 우연찮게도 그녀 일행은 우리가 가려는 식당 바로 옆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우연찮게도 식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 일행과 또 마주쳤다.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길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마주치기도 힘들 터 그동안 아이스크림 사줘야 한다는 압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꼬. 그녀는 이제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가자고 했는데 내가 됐다 그랬다. 아이스크림 말고 커피 사 줄 테니 나를 따르라.
원래 목적지였던 아이스크림 가게가 아니라 종종 가는 커피점으로 향했다. 데리고 가선 청포도 주스를 사줬다. 나랑 취향이 같네? 2개를 주문하고 다른 이들의 주문도 넣었다. 그런데 마침 청포도가 딱 1잔 남았다는 점원의 말에 고민할 거 없이 그녀에게 양보하고 난 수박주스요.
청포도 주스를 받아갈 때 분명 그녀는 그랬다. 오후 3시 즈음 간식 겸 해서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오후 3시가 지나고 4시가 지나고 5시가 지나고 6시가 되어 버렸다.
나의 아이스크림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건 꿈인가?
아이스크림이란 먹을 수 없는 그림 속의 떡인 존재인가?
아이스크림이란 게 어떻게 생긴 거지? 먹는 거 맞는 건가?
혹시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만 사 준 건 아닐까?
가서 물어야 할까? 세게 콱. 야옹.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아이스크림의 혼령이 눈 앞에 아른거릴 것만 같다.
우리 분명 약속한 거 맞지요? 혹시 내가 순간순간 착각을 한 거 아니지요?
이건 분명 한 여름 낮의 꿈일 거야. 꿈인 거야. 꿈이겠지.
혹시 말이다.
실은 내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러다 목 빠지겠당.
혹 그렇게라도 키 클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