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Slack) 이 뭔가요? 소통이 뭔가요?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면 하는 나의 루틴은 이렇다.
1. 컴퓨터 키기
2. 머그컵 씻고 커피 내리기
3. 화장실 다녀오기
4. 슬리퍼로 갈아신기
5. 메일내용 확인하기 (그리고 때때로 분노하기)
6. 답변 보내기 (그리고 때때로 분노를 담기)
회사생활에서 정말 어려운 것은 5,6번에 해당한다. 메일은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매일 듣는 이야기는 소통이다. 부서간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듣는다. 그렇다 보니, 왜 이런 내용을 우리에게 공유하지 않고 당신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는가 에 분노하고, 뒤늦게 알게 된 사실에 당황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이런 정보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그래서 높은 사람이 물어봤을때 언제든지 알고 있어야 한다) 를 고민하게 된다.
소통에 대한 방법은, 의외로 뒷골목이나 음침한 곳에서 나온다. 삼삼오오 잡담하는 집단에 끼어야 하는 것이다. 주로 담배를 피우는 그룹이나, 구석에 숨어서 잡담을 하는 그룹. 그중에서 고약한 것은 담배를 피우는 그룹인데,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담배 피우는 곳에 슬쩍 끼어서 오늘은 무슨 일이 회사에서 있었고 누가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염탐해야 한다. 아 그래? 그런일이 있었어? 그런 정보가 있었어? 하고 과장되게 놀라야 하고, 좋은 정보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해야 한다.그리고 자리를 자연스럽게 뜨면서 말한다. 그거 메일로 공유좀 해줄래?
소통이 안되는건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라고 느끼나 보다. 그래서 매번 소통소통을 외치시더니, 이제는 주요 팀장들을 하나의 메신져에 몰아넣고, 주요 이슈가 있을때마다 거기다가 공유를 하라고 하신다. 일주일에 한건 혹은 두건 정도 글이 올라오긴 한다. 주로 회사와는 큰 연관이 없지만 대표이사가 관심있어하는 정보이거나, 내가 이걸 잘했어요 칭찬해주세요 류의 글이다. 불행히도, 대표이사가 이 단체 메신져 창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정보는 없다. 결국, 대표이사나 팀장이나 일반 사원들이나 소통에 목말라 있지만 늘 소통이 부족하다.
소통이 부족한 이유는, 결국 부서이기주의와 닫힌 마음이 원인이다. 내 잘못은 다른 부서에서 약점으로 활용된다고 머리속에 박혀있다. 늘 쟤네 잘못을 시전하는 부서에게 내 약점을 들키기 싫다. 심지어 내가 잘 되고 있다는 내용을 공유하게 되면 어느새 내게서 정보를 얻은 사람이 나의 정보를 활용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보고하기도 한다.그래서, 타부서에게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을 닫으니 소통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새로운 동료들과 일해보니,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도구들을 쓰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슬랙(Slack) 이라는 도구였다. J (2편에 등장한 동료다)는 아침마다 10km 씩 달리기를 하는데, 그 와중에 머리속에 스치는 아이디어를 슬랙에 거침없이 올린다. K(또다른 동료)는 그날 했던 회의록을 공유하고 특이사항 점검을 요청하고, 일의 진척상황에 대해서 파일로 공유한다. 또 댓글(스레드) 기능이 있어서, 팀 동료가 올린 글에 대한 수정사항, 느낌, 관련자료 첨부 등이 가능하다.메일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단어를 구상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실시간으로 작성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모두의 일의 진척팀상황과 과정이 그 도구에 다 담겨있는 것이다. 과거의 진행내용이 생각이 나지 않으면 슬랙의 내용을 검토하면 리마인드가 자연스럽게 된다. (여기서 바로 화상회의도 가능하다)
이러한 협업툴로 작업을 하니, 불필요한 일들이 사라진다. 메일을 버전별로 관리하고, 누가 답변을 했는지 안했는지, 메일을 읽었는지 아닌지, 첨부파일을 열어봤는지 아닌지를 체크할 필요가 없다. 담배 피우는 곳에 가서 연기를 마시고 콜록거리면서 정보를 얻을 필요가 없다. 우리 모두가 팀이기 때문에, 그 팀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바가 리얼타임으로 올라오는 상황에서, 왜 나에게 정보를 주지 않았냐고 질책이나 항의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꼭 슬랙일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는 잔디나 플로우 라는 툴도 있고, 다양한 협업툴이 개발되고 있다. 어떤 도구를 써도 상관없지만, 슬랙을 써보니 메일이나 메신져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는 것을 느낀다. 내가 지금의 회사에서 메일을 쓰려면, 메일쓰기 버튼을 누르고, 심호흡을 한다음 이렇게 써 넣어야 한다.
"안녕하세요 어느부서의 누구입니다. 추운날씨에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감기 걸리지 않게 건강 챙기세요. 제가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다름아니오라..."
까지 써야지 내가 쓸 말이 시작되고, 상대방의 취향이나 개인별로 가지고 있는 예의의 기준에도 맞추어야 한다. 높으신 분께는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하십니까 여야 하고, 메일 서두가 너무 길면 집중이 안되니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짧으면 예의가 아니고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게 맞는지). 이러다 보면 정말 시간이 많이가고, 정신적으로 피곤한 소통이 되어 버린다. 다들 한번쯤 메일을 왜 이딴식으로 보냈냐고 혼난 경험들이 있지 않나?
나같이 머리도 기억력도 안좋은 아저씨도 슬랙을 통해서 항상 내 일에 대해서 리마인드가 가능해졌다. 정말 훌륭한 도구다. 도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지만, 협업툴은 소통이 필요하다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는 조직들에게 꼭 필요한 도구가 아닌가 싶다. 오늘도 담배랑, 믹스커피를 들고 뒷골목에서 껄껄 웃으면서 한자락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이 글과 함께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