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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Aug 08. 2021

사실 내 생활은 '엄마 없이도' 잘 지내고 있었다.

나는 참 해맑게도 잘 살고 있었다.


결혼했다는 핑계로. 

멀리 산다는 핑계로. 

코로나 핑계로. 


친정에 가지 않은지 1년이 다 되었다. 


물론, 엄마는 그 동안 '내 집'에 몇 번의 방문을 하긴 했었다. 

통화를 할 때면 수화기 너머로 엄마는 늘 '막내 딸' (나)이 보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나는 으레 '나도 엄마' 하고 다정한 척 했지만. 

사실 내 생활은 '엄마 없이도' 잘 지내고 있었다. 

해맑게도 잘도 지내고 있었다. 

제주에 사는 덕분에 코로나에 큰 공포를 느끼지 않으면서, 

내 삶을 마음껏 즐기고, 영위하고 있었다.


엄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한다고 한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입원 소식을 접하는 둘째 언니의 목소리가 불안했다. 

병원에서 암일지도 모르겠다고. 암일 확률이 높다고. 검사를 위해 입원을 하자고 했더랬다. 

엄마의 소식을 기다리며, 그 때 부터 매 순간 깨진 유리 조각 위에 놓여진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동반 입실이 되지 않아. 

엄마는 집 근처 대학병원에 그것도 다인실에 혼자 입원을 했다. 

엄마의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는 작은 언니가 엄마의 입원을 도와주었고, 

엄마는 본인이 왜 입원하는지도 모른 채.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3일이 지났을까. 

엄마를 담당하고 있는 레지던트로 추정되는 의사(?)가 엄마에게 '암입니다. 이미 전이가 많이 되어 있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추가 검사를 해야합니다' 라고 말을 했더랜다. 

엄마는 본인이 왜 입원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는데.....의사는 매정하게도 보호자도 없이 혼자 입원해있는 70먹은 엄마에게 그렇게 본인이 해야할 말을 충실히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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