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렇게 그만큼 타올랐고, 그렇게 식는다.
누구나 사랑을 시작하면 스스로에게 큰 다짐을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랑을 할 거야, 후회하지 않도록 잘할 거야. 너 밖에 없으니깐. 그렇게 마음 다 줄 것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세상 두 번 다시없을 거 같이 시작한 사랑도 돌이켜보면 온전히 내 마음을 전부 주지 못했고 항상 사랑의 `정도`가 있었다.
결국 적당히 했던 사랑은 항상 같은 결말로 다가오고 시간이 흘러 점점 잊힌다. 누구는 일주일 만에 뜨거웠던 마음이 무뎌지고, 누구는 한 달, 누구는 일 년이 지나야 겨우겨우 식어간다. 우린 같은 사랑을 했는데 왜 나는 이렇게 아픈데 너는 아무렇지 않은 걸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거 같아. 사랑엔 각자만의 `정도`가, 이별엔 그에 맞는 `온도`가 있으니깐.
나 역시 누군가에겐 불꽃과 같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겐 얼음과 같았겠지.
지금껏 만나온 사랑에 거짓은 없었다. 하지만 나 역시 그 사랑에 저마다의 `정도`와 `온도`를 두고 있었고 그녀와의 이별 후에서야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랑을 해봤지만 그녀와 같은 사람은 처음 만났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가능하다는 걸 처음 느꼈고 그 사람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사랑을 하면서 내 모든 걸 주고 싶었다. 매일같이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했고, 1분 1초 틈날 때마다 카톡을 보며 사랑을 나눴다. 어쩌면 내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그녀를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녀는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고백했던 사람이자, 처음으로 사랑했기에 울었던 사람이다. 첫 만남부터 내 마음은 불꽃을 내며 활활 타올랐고 그것이 내 사랑의 `정도`였다.
지금까지 사람마다 정해진 `정도`에 맞춰 최선을 다했다. 적당히 사랑했던 사람은 적당한 선이라는 걸 지켜가며 사랑했다. 가끔 생각날 때 연락했고, 바쁠 땐 답장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을 사랑했던 `정도`만큼만 마음을 줬다. 그리곤 그 정도가 넘어갈 땐 어김없이 싸우거나 헤어지곤 했다.
불꽃은 빠르게 타올라 모든 걸 태웠지만,
얼음은 빠르게 녹아 사라졌다.
모든 걸 다 줬던 그녀와 이별했다. `정도`가 지나쳤는지 끓는점을 넘어 모든 게 타올라 사라져 버렸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은 아무리 애를 써봐도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서야 조금씩 `온도`가 낮아지며 불길이 사라졌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 왜 더 많이 아픈지 이제야 알았다.
이별 후 버틸 수 없을 만큼 아프다면 내 사랑의 `정도`는 그만큼 일 거고, 이별 후 금방 잊었다면 이 역시 내 사랑의 `정도`는 그만큼일 거다. 지금까지 나는 어느`정도`의 사랑을 해왔을까? 죽을 만큼 사랑했고, 죽을 만큼 아파봤다. 적당하게 사랑했고, 적당하게 아파봤다. 지금의 내 사랑은 이`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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