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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ㅇ Jan 10. 2016

행복 택시

서울 택시_양재역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후 느즈막히 출근을 했다. 한참을 머물었지만 일도 과제도 생각했던것만큼 진척이 안되었다. 내일은 회의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이기에,오늘은 이만 접자, 생각하고는 회사 냉장고에서 맥주 두캔을 꺼내 마신 뒤, 사무실을 나섰다.


 무기력함과 쓸쓸함이 뒤섞인 퇴근길이 될 것이 분명했다. 회사 빌딩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요즘 부쩍 더 가혹해진 가운데, 지하철을 타고 한껏 가을 우울에 빠져버리고 싶었다. 머릿속엔 조금쯤 눈물도 흘리며 터덜터덜 걸어갈 내 모습이 펼쳐졌던 것도 같다.  


 사무실을 나와 1층으로 내려왔는데, 어쩐 일인지 건물 정문이 닫혀있었다.몇번 가보지 않은 후문을 나서는데, 마침 어떤 여자분이 택시에서 내리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그 택시에 올라탔다. 행선지를 얘기하자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아가씨, 이효리 알아요?"라고 하셨다. 난 약간의 경계심을 품고 "네"라고 짧게만 대답했다. 아저씨는 이어 "행복 택시에 탄 승객이니 아가씨는 이효리보다 멋있지!"라며 행복 택시 이야기를 해주셨다.


 13년동안 매일 쉬지 않고 택시를 몰았고, 승객들에게 택시보다 외제차보다 더 좋은 차를 탈 행운을 주신다고 했다. 빌게이츠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큰 행복을 주는 택시라며.. 믿기지 않으면 확인해보라며 작은 수첩을 건내주셨는데 그 수첩을 보니 승객들이 그간 수첩에 적어둔 '행복 택시를 탄 소감 및 향후 소원' 페이지들이 빼곡했다. 얼떨결에 나도 한페이지를 적어서 돌려드리자, '행복 택시' 010 - 0000 - 0000'(번호익명처리) 라고 손수 적어 위아래로 반을 접은 종이를 명함이라며 내미신다.


 그러는동안 어느덧 집앞에 도착했고, 내리기 직전 아저씨는 악수를 하자신다. 악수, 복사, 코팅까지 하며 그 의미를 알려주신다. 나의 행복, 기사님의 행복, 윈윈이 각 의미라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전화번호로 연락하고, 행복 택시를 타게되어 운수대통 하게된 운명을 생각하며 힘내라고 하시며 아저씨는 나를 내려주셨다. 마치, 내가 울고 싶었단걸 알았던 것처럼 ..


 쓸쓸할 줄로만 알았던 휴일 퇴근길이, 행복 택시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온기로 데워졌다. 약간 허경영을 닮은, 행복 택시 기사 아저씨. 나는 행복 택시를 타게된 , 이효리보다 멋진 사람이니 지금 아픈 마음도 곧 씩씩하게 이겨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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