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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서 칼럼 Jan 31. 2024

왜 나는 그렇게 사랑받으려고 애썼을까?

내가 쉽게 지치고 우울해지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고 애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나는 그렇게까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남의 애정에 목을 맨 걸까?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은 나에게 사랑보단 죄책감이라는 짐만 안겨줬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내가 못 가진, 그런 구김살 없는 밝음이 못 견디게 질투났다.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내가 많은 인간관계에서 현타를 느끼고 실망했던 이유는 너무나 터무니없게도 헛된 기대를 해서다. 나는 계속 내 진짜 '부모'가 되어줄 사람을 바깥 세상에서 찾아다녔다. 이건 마치 유토피아를 찾아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 


엄마는 항상 나한테 못된 말을 하면서 "나니까 이렇게 말하지, 옆집 아줌마는 이런 말 안 해"라고 했다. 내 존재를 부정하기도 했고, 평균 이하라고, 자폐아인 줄 알았다는 말도 했다. 그래서 나는 늘 내 능력과 가치를 의심했다. 누가 좋은 말을 하면, 그것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나쁜 말을 하면 '엄마가 옆집 아줌마만큼이라도 나에게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말에 이미 세뇌가 된 것이었다. 진정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라면 나한테 나쁜 말을 할 거라고. 


어른이 된 지금도 엄마가 나한테 퍼부었던 부정적인 메시지가 귀에 맴돌아 괴롭다. 나에 대한 비난과 희생을 자처해 죄책감만을 안겨준 부모님에 대한 애증,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품고 있는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그런 내가 행복해져도 되는 사람인지 끝없이 고민해야 되는 게 싫다.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고. 나조차도 내가 혐오스러울 정도로 착한 척하지 말고 그냥 적당히 살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무엇이든 본인이 제일 우선인데 나는 나에게 너무나 완벽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남이 아닌, 내가 사랑할 만한 '나'의 삶을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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