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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은 어떻게 위대해졌는가?

'나'로서 살아가는 것, 알고 보니 그게 가장 위대한 일이었다.

by 소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는 한 중년 남성의 서사로 ‘위대함’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묻게 만든다. 극 초반 김낙수는 "대기업 25년 차 부장으로 살아남아서 서울에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 거야"라며,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안에서 자신의 성취를 확인하려 한다. 그때 그에게 ‘위대함’이란 버티고, 해내고, 이뤄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수식어 중 하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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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를 집필한 김홍기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야- 드라마 제목이 품고 있던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결국 '그냥 김낙수'가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작가는 김낙수가 "비로소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자신을 떠받쳐온 사회적 타이틀이 모두 사라졌을 때, 그는 비로소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묻기 시작한 것. 바로 그 지점에서 드라마가 말하는 ‘위대함’의 가치가 드러난다.


[해피 엔딩]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류승룡★ _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2회 _ JTBC 251130 방송 0-1 screenshot.png


결과적으로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 자체를 응원하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흔히 뛰어나고 훌륭함을 뜻하는 ‘위대함’은 이 드라마 안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재탄생한다. 무언가를 많이 이루었기 때문에 위대한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은 순간에도 다시 일상을 붙잡고자 하는 마음, 흔들리는 와중에도 자기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그 의지에서 비로소 위대함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김낙수의 여정은 일상의 가치를 다시 긍정하고 회복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의 여정을 지켜본 우리 역시, 거창한 성취가 없어도 그저 지금의 자리를 버티며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루 하루 버텨나가며 '나'로서 살아가는 것, 알고 보니 그게 가장 위대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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