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 앞에선 왜 마음이 '가난'해질까

"나의 이 가난한 상상력으론 떠올릴 수 없는 곳"

by 소서

같은 지구에 살아도 저마다 다른 삶을 사는 건 어쩌면 상상력의 한계 때문일지도 모른다. 막연하게나마 좋은 삶을 꿈꾸지만, 그 삶이 대체 무엇인지 직접 살아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그것은 헛된 환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그 상상력의 한계를 흔들어놓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 생각만 해도 설레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그와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그 마음이야말로 내 삶의 영역을 조금씩 넓고 깊게 뻗어나가게 하는 것.


하지만 그 마음은 때때로 자꾸만 부풀어오르는 풍선처럼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커져가지만 그 속이 텅 비어있는 것만 같고 작은 바늘 하나에도 금세 터져버릴 것만 같은 불안정한 감정 같은 것. 그런 마음이 계속되면 그와 함께 다다르게 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도무지 그려지지 않고, 그때 그 미래는 곧 "나의 이 가난한 상상력으론 떠올릴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588631624_17933875104105165_4548915835732248546_n.jpg


미래를 떠올릴 힘이 없으면 마음은 금세 궁핍해진다. 앞날을 확신할 수 없을 때 마음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 속에 설렘 대신 불안을 채워 넣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랑 앞에서 '가난'을 떠올리는 이유는 사랑하는 이와의 해피엔딩을 뚜렷하게 상상할 능력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른다. 마음은 충분하지만 그 사랑이 어디로 흘러갈지 어떤 결말에 다다를지 끝내 떠올리지 못할 만큼 마음이 궁핍한 상태, 그래서 더 망설이고 더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저하는 순간은 계속될 수 없는 법. 선택이 어려울지라도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잡은 손을 놓을 것인지, 오히려 더 세게 붙들 것인지 말이다. 그렇게 보면 전자가 내 가난한 마음에 결국 굴복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그의 상상력을 빌려서라도 내가 감히 닿지 못했던 문턱에 다다르고 싶은 간절한 염원일 것. 그곳은 아마- 꿈에도 상상해본 적 없을 정도로 아득하고 아득한 미지의 영역일 테다. 그래서 더 두렵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용기를 낼 수 있기에 우리는 "나와 저 끝까지 가줘"라고 속삭이며 익숙했던 세계의 경계를 기꺼이 넘어서는 게 아닐까.

그렇게 보면 사랑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사랑하기 전과 후의 우리가 너무나 다른 이유는- 사랑이 너와 내가 이전의 상상력으론 도달할 수 없던 미지의 영역까지 기꺼이 걸음을 내딛게 하는 작은 투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글은 아이유 'love wins all'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