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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비타 Aug 15. 2022

여행자의 가방

여행전문가의 가방 싸기 노하우

언젠가 지인들과 대화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과연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인지, 잘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 


한동안 생각한 끝에,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가방 싸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방 싸는데 무슨 기술이 필요한 것일까? 각자 알아서 대충 싸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도 할 말은 없지만, 나의 경험에 의하면 짐 싸기에는 분명 비결이 존재한다.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어디로 갈지 장소를 정하고, 정보를 탐색하고 시간을 배분하는 과정이 피곤하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대형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사는 경우도 많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방은 싸야 한다. 가볍게 떠나는 여행자도 있고, 바리바리 싸가는 타입도 있다. 


여행 관련 직종에 근무하다 보니 출장이 많다. 여행이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는 가방 싸기에 꽤 진지하다. 여행 가방은 곧 일의 일부이고 동시에 일상을 옮겨 주는 이동장치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첫 단추로 가방 싸기에 관한 나의 작지만 유용한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여행 가방은 설렘으로 싸라

여행은 길거나 짧거나 육체적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다. 여행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단순 관광이 아닌 출장이나 방문의 경우는 다르다. 

나의 생활 반경이 낯선 곳으로 옮겨지고 잠자리가 달라질 때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방랑벽이 있어서 어디든 머리만 대면 잘 자고,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살람들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낯선 환경은 불편하다. 이렇게 불편한데도 여행을 가는 이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여행 가방에 방문할 나라의 사라들과 문화를 마주할 기대감과 설렘을 담아 가면 낯선 환경이 긴장감보다는 우연한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둘째, 가방 고르기

여행 가방은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아도, 제품의 종류와 재질,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도 꾸준히 트레블 룩과 여행용품을 출시한다. 관광을 자주 다니지 않은 사람들은 여행 가방을 새로 사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특히 일정이 길거나 계절에 따라 부피가 큰 옷들 때문에 사이즈가 큰 가방을 사고 나면 나중에 이것처럼 골치 아픈 쓰레기가 없다. 


5일에서 1주일 내외의 여행을 갈 경우엔 기내 사이즈의 가방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대, 중, 소로 판매되는 하드케이스 가방일 경우 20인치 내외다. 큰 사이즈 한 개보다 차라리 작은 가방 두 개로 나누어 가는 것이 좋다. 수납공간이 모자랄 경우, 가장 손잡이에 끼울 수 있는 보조 가방들이 다양하게 있어 하루 이틀 정도의 짐은 충분히 더 쌀 수 있다. 한 번에 두 개의 가방을 가져가는 셈이다. 


가방의 재질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벼워야 한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가죽 재질의 슈트케이스는 모양새는 나는지 모르지만, 혹시나 긇힐까, 비에 젖을까 신경이 쓰인다. 또 하나 가방 살 때 자세히 봐야 하는 것은 바퀴가. 여행을 본격적으로 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부드럽게 잘 굴러가고, 소음이 적은 바퀴가 달린 가방이 이동의 피로감을 줄여준다. 



셋째, 가방 싸기


여행은 최대한 가볍게 떠나는 것이 좋다. 여행의 기억을 담아 올 마음은 넉넉하게 준비하되, 가방 속 공간은 정말 필요한 것으로만 채우는 것이 좋다. 

특히 배낭여행의 경우라면 인색한 정도로 가볍게 가방을 싸야 한다. 어차피 돌아올 때는 기념품과 선물들로 떠날 때 보다 무거워져 돌아오게 된다. 


웬만하면 여행을 위해 새로 물건을 사지 않도록 한다. 

어떤 사람은 잠옷부터 신발까지 여행지에 맞춰 미리 준비하는데, 항상 기억할 것은 여행은 잠시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구매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야 낭비를 막을 수 있고, 환경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휴지나 물티슈, 세면도구, 목욕용품을 과하게 많이 가져가 결국 현지에서 버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인도 배낭여행을 갔을 때, 후진국이라는 선입견에 카메라 필름을 30개나 가져가서 다 못쓰고, 돌아올 때 현지인에게 주고 온 기억이 있다. 오지로 여행가지 않는 이상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필요한 몇 가지만 가지고 간다.


한국인들에게 김치는 영혼의 음식이다. 많은 사람이 마치 필수품처럼 김치, 고추장, 김, 소주를 여행 가방에 넣곤 한다. 일단, 공항 검색대에서부터 설명해야 할 일이 생기고, 음식이 상할 염려도 있으니 되도록 상하기 쉬운 음식은 집에 남겨주길 바란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현지 맛집 탐방이다. 용기 있게 도전해 보자. 


반면에 꼭 가져가야 할 것으로, 비상약과 반짇고리, 손톱깎이, 작은 플래시 등이 있다. 

작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막상 없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특히 평소에 고혈압, 당뇨 등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다면 적어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여분을 가져가야 한다. 여행은 항상 변수가 있다. 갑자기 항공길이 막힌다던가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여분의 약이 없다면 현지에서 막상 구하기도 어렵고, 의료비가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다. 여행자 보험과 약은 자칫 놓치기 쉽지만, 여행 준비의 기본이다. 

이 외에도 여행을 기록할 작은 수첩,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나만의 마스코트나 가족사진은 여행하는 동안 낯섦이 주는 피로감을 줄여준다. 


여행 가방에는 나의 삶이 담긴다. 인생을 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길 위에서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도 스쳐 지나간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에 경험이 물질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여행은 행복한 행위다. 내 발걸음과 함께 이동하는 여행 가방에 소중한 추억과 감동을 한가득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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