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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Aug 01. 2024

국내 단기 선교를 다녀오다


7월 22일부터 27일까지, 백령도로 국내 단기 선교를 다녀왔다. 총 9일간 백령도에 있었는데,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청소년 캠프를 진행했고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유초등부 캠프를 진행했다. 청소년 캠프에서는 서브교사를, 유초등부 캠프에서는 메인교사를 맡았다. 유초등부는 유치부, 유년부, 초등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나는 유치부 메인교사였다.



선교를 가기 전에는 걱정과 불안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공과 교육을 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아이들 앞에 서면 긴장이 돼서 말도 버벅거리고 실수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컸다. 그런데 선교가기 직전부터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어차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고, 하나님꼐서 내 입술을 다스려주실 거라 믿고 기도했다. 그래서 처음보다는 걱정이 많이 사라진 상태로 백령도에 갔다. 



백령도의 청소년, 유초등부 아이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기대가 됐다. 아이들을 실제로 보니 너무 귀엽고 예뻤다. 처음에는 말을 걸기 조금 어렵고,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많이 친해져 같이 게임도 했다. 이런 귀한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꼐 감사하다. 선교로 이끄신 하나님꼐 감사하다.



나도 유치부 때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많은 교회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았다. 나는 지금보다 더 조용하고 딱히 사역하는 것 없이 그냥 예배만 드리는 학생이었는데도 나를 많이 챙겨주시고 돌봐주셨다. 그래서 그게 지금까지도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교회 선생님들꼐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선교에서 내가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집회 시간에는 아이들 등이나 몸에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어릴 때 선생님들께 기도를 받기만 했지 이렇게 아이들 등에 손을 대고 기도해준 적은 처음이었는데 기도하다보니 눈물이 났다. 이 아이들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하나님꼐서 이 아이들과 늘 동행해주시고 건강을 지켜주시고 크신 은혜와 복을 부어달라고 내내 기도했다. 내가 기도하는 걸 늘 들으시고 이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주님이시기에, 아이들을 가장 최선으로 인도하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릴 때 내 옆에서 기도해주시던 선생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 아이들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보다 더 이 아이들의 평안과 행복을 바라게 됐다. 이 아이들이 자신의 힘이 아닌, 평생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캠프보다 유초등부 캠프가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메인교사다보니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챙겨야 했다. 그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냥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처음에는 내가 손잡자고 해도 안 잡아주고, 엄마만 찾았는데 나중에는 내가 어디 가자고 해도 잘 따라와주고, 먼저 다가와 안겼다. 너무 귀여웠다. 



가장 걱정했던 공과 교육도 잘 마쳤다. 아이들이 놀 떄와는 다르게 내 얼굴도 안 보고, 딴짓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끝냈다. 5살이라는 어린 나이였기에 그러려니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도 그저 즐거웠다. 내가 앉아있으면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서 놀아달라고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유초등부 캠프 마지막 날에 내 담당이었던 한 아이랑 나누었던 얘기가 있다.



"선생님은 나 사랑해?"

"사랑해요. 선생님은 우리 ㅇㅇ 너무 많이 사랑해요."

"왜? 왜 사랑해?"

"이유 없어요. 선생님은 ㅇㅇ이를 무조건 사랑해요."

"내가 여기 없어도?"

"선생님은 ㅇㅇ이가 여기 없어도 사랑해요. 영원히 사랑해요."

"영화같다고? 영화같다는 게 뭐야?"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는 거야."

"그럼 언제 죽는데?"

"그건 선생님도 잘 몰라요. 하나님만 아세요."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대화였다. 나는 그 아이에게 계속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그 아이가 내가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했다. 아직 어리지만, 며칠 뒤에는 나를 만났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릴 테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나는 아이들을 너무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아마 난 백령도에서 내가 만났던 아이들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다. 



원래 토요일에 백령도를 떠나려고 했는데, 기상악화로 배가 안 떠서 3일 뒤에 나가게 됐다. 처음에는 속상했다. 왜 배가 안 뜰까? 집에 가서 해야될 일도 많았는데, 왜 배가 계속 안 떠서 여기 남아있게 하시는 건지. 원망까지는 아니어도 불평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다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런 속상한 순간은 잠깐이고, 나는 이 선교를 통해 얻은 게 훨씬 많다는 것을. 원망하는 마음보다 하나님꼐 감사한 게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그래서 그 순간 바로 울면서 회개하고 감사했다. 

선교 가는 길 오는 길 안전하게 지켜주신 것, 배멀미 거의 안 하고 무사히 이동한 것, 체력적으로 아프고 힘들었지만 무사히 선교를 마친 것, 귀한 아이들 만나게 하신 것, 내가 맡은 일을 잘 해냈던 것,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던 것 등등 감사한 일이 너무 많다. 



범사에 감사드린다.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하셨고 나는 그저 따라갈 뿐이다. 선료로 이끄신 하나님꼐 감사하다. 선교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신 하나님꼐 감사하다. 앞으로도 내가 가진 걱정 불안 전부 내려놓고 하나님만 의지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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