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하지만 애들을 사랑하지는 않아요. 엄마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아이를 목숨처럼 아끼기 마련이어야겠지요.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떡해요. 전 모성애가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아이들이 그저 귀찮은 짐처럼 느껴집니다. 대체 왜 제 아이인데도 사랑스럽지 않은 걸까요.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남편을 증오해서? 아뇨. 저희 둘 사이에는 큰 문제가 없어요. 잘 지내고 있어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내가 낳은 아이는 보자마자 사랑에 빠질 줄 알았습니다. 이 모양이면서 둘씩이나 낳다니. 비난하셔도 변명할 수 없네요. 그저 4인 가족을 만드는 게 좋아 보였나 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가정을 완성형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낳았으니 책임은 져야 하니까, 그저 억지로 해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첫째는 네 살 둘째는 이제 두 살인데, 사랑 없이 의무감만으로 앞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 내팽개치고 혼자 떠나는 상상을 하다가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전 어딘가 결함이 있는 사람인 걸까요. 저처럼 사랑이 없는 엄마 밑에서 자라면 아이들도 불행하지 않을까요. 제가 사랑하는 척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진심이 아니란 걸 아이들은 느끼지 않을까요.
어릴 적에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심하면 사이코패스가 될 수도 있다던데. 우리 아이들이 소름 끼치는 살인마가 되면 어쩌죠. 그런 범죄자들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당연하게 그들의 부모에게도 죄를 묻잖아요. 저도 그런 일을 겪게 되면 어쩌면 좋나요.
모성애가 있는지를 병원에서 미리 검사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그럼, 아이들도 저와 같은 엄마를 만나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여자라면 누구나 모성애를 타고 난다고 이야기하는 세상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거예요. 부성애가 없는 남자도 있듯이 모성애가 없는 여자도 있는 거죠.
저는 결국 저 자신이 더 중요해요. 모성애보단 자기애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겠죠. 아이들에게 예쁜 옷을 입힐 때보다 제가 예쁜 옷을 입을 때 더 기분이 좋아요. 먹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맛있는 건 제 입에 먼저 넣고 싶어요. 제 차에는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가 적힌 스티커가 아닌, ‘엄마 먼저 구해주세요.’ 스티커를 붙이고 싶어요.
이런 제가 나쁜 사람인가요. 아뇨.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로서 해야 할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어요. 일처럼 하는 거죠. 여러분도 속으로는 직장 상사 욕을 하고 증오하지만, 겉으로는 웃으면서 착한 직원 행세를 하잖아요.
저출산 문제로 요즘 세상이 시끄럽던데, 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모성애나 부성애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거죠. 제가 아주 특이한 경우는 아니라는 거네요. 휴. 그럼, 안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