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정을 내리셨나요?”
의사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앞에 앉은 부부를 바라보았다.
“아뇨. 아직…”
남편의 대답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옆의 아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임신하고 삼 개월 전까지는 꼭 시행해야 한다는 건 아시죠?”
의사의 목소리는 친절했다.
“네. 하지만 꼭 전부 사실대로 전할 필요가 있을까요?”
남편은 이렇게 말하고 동의를 구하듯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편을 마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태아는 진실을 알아야 해요. 자신이 어떤 나라와 가정에서 살아갈지 정확히 알아야 태어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자신의 탄생을 선택할 권리는 있어야 하니까요.”
의사는 너그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저희의 수입과 재산 상황을 알면… 아직 집도 사지 못했고요… 그런 것들을 알고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면 어쩌죠?”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남편은 말했다.
“거짓 정보 덕분에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부모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면 아이는 큰 배신감을 느낄 거예요. 대부분 문제아로 크게 되고요. 이게 워낙 사회 문제라 정부에서도 거짓 정보 고지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양손을 들어 보였다.
“사랑만큼은 정말 남부럽지 않게 줄 수 있는데요. 진짜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있어요.”
아내의 목소리에 조금 절박함이 묻어나자, 남편의 가슴이 아렸다.
“네. 그러한 진심도 충분히 전하면 돼요. 태아가 다 느끼고 이해해 줄 거예요.”
따뜻한 미소로 의사가 말했다.
“네. 그렇겠죠?” 작은 희망에 아내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며칠 후, 자신이 태어날 나라와 가정에 대한 모든 정보가 태아에게 전해졌다. 태아는 놀라운 신기술 덕분에 그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까지.
“태어나겠습니까?”
이 부부의 태아는 “아니오.”라는 답을 전해왔다.
첨단 의료 기기를 통해 태아는 흔적도 없이 소멸하였다. 태아와 임부 모두에게 고통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