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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Dec 22. 2022

최고 조회수, 블랙박스 영상

“아이고~! 오늘도 어디서 사고가 좀 안 나나~?” 


 혼잣말하며, 창호는 차 밖을 두리번거렸다. 핸들을 꽉 잡는 그의 손에서 초조함이 묻어 났다. 서울의 도로를 누비고 다닌 지 벌써 다섯 시간이 지났다. 오늘도 도로에서는 작은 접촉 사고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가며, 도로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모두 블랙박스 때문이다. 이주 전에 그는 자기 차의 블랙박스에 우연히 찍힌 끔찍한 자동차 사고 장면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그러자 그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때 그가 느낀 성취감은 엄청났다. 그런 사고 영상들을 계속 올릴 수 있다면, 인기 유튜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는 자신의 자동차 블랙박스에 사고 장면이 또다시 촬영되길 꿈꾸며, 시간만 나면 도로를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뉴스를 보면 매일 빠짐없이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정작 열심히 찾아다니기 시작한 그의 앞엔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주말도 쉴 틈 없이 내내 운전만 했지만, 또 허탕을 칠 것 같은 예감에 그는 점차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씨! 이것들이 갑자기 모두 안전운전만 하기로 작정했나?”

 “칼치기도 안보이고, 급발진도 없네. 저기 K5까지 착실하게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고.”

 “어이! 카니발! 웬일로 난폭운전 안 하냐?”

 답답해진 그는 혼잣말을 쏟아냈다. 그때 그의 앞에서 달리고 있는 차에 그의 시선이 꽂혔다. 최근 출시한 소형차였다. 초보운전 스티커도 붙여져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였다. 

 ‘사고가 안 나면, 사고가 나게 만들면 되지.’ 


 그는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앞 차에 바짝 따라붙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면 축구공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간격이었다. 그의 손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앞차가 속도를 더 올렸지만, 그도 바로 따라붙었다. 

 ‘초보는 엄하게 가르쳐야지. 제발, 당황해서 옆 차선으로 비키다가 사고나 나버려라!’


 그의 눈은 광기로 빛났다. 그런데 그가 방심하던 찰나에 앞차가 순식간에 차선을 옮겼다. 놀란 그는 빠져나간 사냥감에 시선을 빼앗겼고, 자신의 차 바로 앞에 정지한 덤프트럭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거대한 덤프트럭의 뒤쪽에 강하게 부딪힌 그의 자동차는 휴지 조각처럼 찢기며 날아갔다. 다행인 점은 그 외에는 다른 사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며칠 후,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창호의 자동차가 덤프트럭에 충돌해 처참하게 부서지는 모습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새로 업로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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