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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Dec 23. 2022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정희는 닫힘 버튼을 연신 눌렀다. 사무실이 있는 18층의 버튼을 누르는 건 그다음이어도 늦지 않다. 다른 사람이 타기 전에 빨리 문을 닫고 싶었다. 이런 습관을 지닌 사람은 그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엘리베이터의 문이 빨리 닫히지 않았다. 짜증이 나려던 그때, 갑자기 어떤 중년 여성이 급하게 엘리베이터에 뛰어 들어왔다. 


 “휴! 살았다. 고마워요. 기다려줘서.” 


 그녀는 들어서자마자 정희에게 살가운 눈웃음을 지으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정희는 내심 머쓱했지만, 그냥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했다. 


 “한국인들은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눌러 댄다던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은가 봐요. 이렇게 아가씨처럼 기다려주는 분도 계시네요.” 


 중년 여자는 20층의 버튼을 누르면서, 정희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아. 네. 뭐.”


정희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칭찬에 무안해져, 어색하게 웃으며 짧게 대답했다. 빨리 18층에 도착하기만 기다렸다. 


 “아무튼 고마워요. 친절한 아가씨.”


 중년 여자는 눈을 찡긋하며 다시 감사 인사를 했다. 그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18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정희는 뒤를 돌아보고 서둘러 말을 꺼냈다.


 “저, 사실, 저도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었어요. 기다리려던 게 아니라.” 


 정희는 양심에 걸려서 솔직해지고 싶었다. 그러자 중년 여자의 얼굴은 단박에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알고 있었어. 이 년아.”


 날카로운 말과 함께 그녀는 닫힘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렀고, 문은 금세 닫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정희는 얼빠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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