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감동이 필요해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빨간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입장, 비바람이 부는데 웃으면서 즐기는 하객의 모습들이지만 쉽게 잊는 장면은 결혼식과 파티가 끝난 이후 집안에서 아버지가 아들 내외에게 건배사를 하는 모습이다.
그의 말은 이렇다.
"Later on I may tell you about Tim's many failings as a man and as a table tennis player. But, important first is to say the one big thing. I've only loved three men in my life. My dad was a frosty bugger so that only leaves dear Uncle Desmond, B.B. King, obviously, and this young man here. I'd only give one piece of advice to anyone marrying. We're all quite similar in the end. We all get old and tell the same tales too many times. But try and marry someone kind. And this is a kind man with a good heart. I'm not particularly proud of many things in my life, but I am very proud to be the father of my son"
"팀이 살아오면서 형편없었던 것은, 특히 탁구 실력에 대해 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중요한 것 하나 이야기 하고 가도록 하죠. 제가 살아오면서 사랑한 남자는 딱 3명 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찬바람 쌀쌀 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빼기로 하고 그러면 남는 사람은 이 앞의 데스먼드 삼촌, B.B 킹 그리고 여기 있는 이 젊은이입니다. 제가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의 말은 딱 한 가지 입니다. 사람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끝에가서 보면 꽤 비슷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결국 늙고 했던 얘기를 계속 지겹게 반복하죠. 그렇지만 제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선한 사람과 결혼하라 입니다. 그리고 제 앞에 있는 이 청년은 매우 선하고 상냥한 남자입니다. 제 삶에서 부끄러운 것도 많아서 특별히 자랑스러운 것은 없지만, 제 아들의 아버지라는 점은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영상은 아래 링크 참조 : https://www.youtube.com/watch?v=XTvTLGkWYMU)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을 우리의 결혼문화와 묶어서 생각해 볼 때 부모와 자식의 수평적 관계, 30분 만에 후다닥 끝내버리는 인스턴트 웨딩이 아닌 신성한 결혼식 그리고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과의 리셉션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말' 의 부재이다.
다시 지난 달, 지난 주말 가봤던 결혼식을 떠올려 보자. 결혼식에서 누가 '말' 을 했는지
신랑 신부 입장이라고 말한 사회자, 신랑신부에게 '다음으로' 로 이어지는 네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 주례선생님께서 가장 말을 많이 했을 것이다. 신랑이 씩씩하게 입장하고 신부가 말없이 조신하게 입장하고 평생 사랑하겠냐는 주례의 질문에 신랑이 씩씩하게 "네!" 신부는 조용히 "네"라고 대답을 했을 것이다. 소개의 말과 당부의 말은 있지만 정작 중요한 신랑신부의 말이 없다. 그렇다고 부모님이나 가족의 말도 없다. 마치 초등학교 조례 시간 전교생이 모여서 들었던 훈화말씀을 듣고 교실로 돌아가는 학생들 처럼 결혼식을 본 하객들은 뷔페를 향해 간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전통 혼례에서도 신랑신부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예를 주관하는 분 만 다음 순서를 읊고 신랑신부는 술잔에 입을 갔다대고 절 하기를 반복한다. 결혼식의 모습은 서양식으로 변했지만 말 없는 결혼식은 계속되고 있고 거기에 권위주의적인 군사 문화 그리고 30분 공장식 예식장 까지 더 해지면서 아무도 예식에 집중하지 않는 결혼식이 전국 각지에서 주말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나라에서 피로연을 하는 결혼식은 더더욱 흔치 않다보니 신랑신부의 말 한마디 들을 기회가 없다.
'말' 이라는 행위의 특징은 일종의 선언의 행위이며 그 선언에 힘과 의미가 실린다는 점에 있다. 결혼이라는 중요한 삶의 결정을 내리면서 내가 왜 이 사람과 함께 하기를 원하고 얼마나 이 사람을 사랑하는 지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언하는 것에는 큰 무게가 담긴다. 그리고 이 무게에서 '로맨스' 가 생긴다. 삶의 많은 어려움이 있고 불확실한 미래가 걱정되지만 난 당신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리고 우리가 함께 했던 많은 추억과 이야기 속에서 내 마음 속에 당신을 정말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선언이 우리의 결혼식에는 빠져있다. 유명한 이야기와 드라마에 로맨스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을 흡입하고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네 결혼식이 노잼인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신랑신부의 말의 부재이지 않을까?
비록 외국 결혼식이었지만 신랑신부가 이야기했던 서약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사랑의 표현이 넘치는 결혼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처럼 사랑의 의미와 무게가 결혼식에 온전히 담길 수 있으면 어떨까?
(영상 참조 : https://www.youtube.com/watch?v=2EdVhYR9ZqQ)
결혼식에서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는 부모님과 인사하는 순간이다. 결혼식에서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인사할 때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눈물을 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부모님 이야기만 하더라도, 부모님 생각만 하더라도 눈물이 나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정서이지만 왠지 이 모습이 자식을 먼 곳으로 떠나보낸다는 것에 의한 눈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특히 결혼식의 감동 포인트가 그것 밖에 없다보니 부모님과 헤어지는 것이 결혼식의 핵심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두 사람이 성인이 되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에게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먼저 산 선배로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눈빛을 교환하며 아들과 딸을 보내는 아쉬움을 표하는 것 보다는 결혼식이 더욱 풍성해지고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로운 감동이 있지 않을까?
최근 주례없는 결혼식이 많아지면서 우리가 진행한 예식에도 많은 부모님들이 축사를 해주셨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축사를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정말 마음에서 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권위를 가진 당부의 말이 아닌 본인의 삶의 경험에서 나온 지혜를 전달해주셨던 아버님의 말씀에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우리가 부러워하는 서양의 결혼식의 모습에서 가장 부러워했던 것이 그 외형에 있는 것이 아닌 그들이 그 시간과 공간에서 서로에게 건내던 '말' 속에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양 결혼식의 데코레이션, 스타일을 빌려올 수 는 있겠지만 우리의 결혼식에서 진심이 담긴 신랑신부의 말, 가족의 말, 친구의 말이 빠진다면 또 한번 형식만 차용하고 내용은 없는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스몰웨딩,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면 데코레이션과 사진 검색에 신경쓰기 이전에 내 옆의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에가 어떤 말을 해야하며 우리는 함께해주는 하객들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혹 위의 아버님 축사는 '웨딧 스몰웨딩 서약서, 축사 가이드' 로 저희 신랑신부님께 제공해드리는 문서인데 결혼식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분께서는 hanshin@wedit.kr 로 메일 보내주시면 공유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