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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an 15. 2024

'버킷 리스트'를 써 볼만한 이유

003.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면 사람마다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금연, 다이어트, 헬스장 등록 등이 있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달력을 한 장 넘긴다고 해서 어제와 오늘이 드라마틱 하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걸. 늘 그랬던 것처럼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그만큼 비슷한 하루를 보내겠죠. 그런데도 뭔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게 새해 첫날의 마법입니다. 그 기운을 빌려 올해 꼭 해보고 싶은 일을 다이어리에 써나가기도 하죠.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하 <버킷 리스트>)의 카터(모건 프리먼)와 에드워드(잭 니콜슨)처럼 말이죠.


로브 라이너 감독의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앞둔 남자들의 여정을 통해 시간의 유한함과 삶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두 노년의 배우,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의 유머러스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모습이 일품인 작품인데요. 노년의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 연기가 보는 이를 웃고 울리는 따뜻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우리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의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인생 영화로 꼽는 이들이 많죠. 이 영화 덕에 버킷 리스트라는 단어가 더 알려졌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버킷 리스트’를 쓰는 건 정말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값지게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 겁니다. ‘어차피 새해 기운이 사라지면 의미가 없다.’‘작심삼일이다.’‘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계획으로 삶을 구속하지 마라.’‘애써 자괴감을 느낄 일을 왜 하냐.’ 등 버킷 리스트를 쓰지 않아야 할 이유만으로도 종이 한 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도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기적으로 ‘버킷 리스트’를 써 보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버킷리스트가 줄 수 있는 이점이나, 자기계발서에 있을 법한 목표와 동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매년 제가 썼던 버킷 리스트를 보고 알게 된 게 있습니다. 매년 써왔던 것들이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죠. 매년 이루지 못했고, 새해에도 이루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써왔던 것들을 언젠가부터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걸 쓴다는 게 부질없이 느껴졌거나, 그걸 이루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할 정도로 현실적인 인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혹은, 그걸 잊을 만큼 정신없이 살았던 탓일 겁니다. 그리고 그걸 잊은 만큼 나의 마음이 더 늙고, 그만큼 나를 잃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에 새로운 버킷 리스트를 쓸 때면, 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와 함께 이룰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거대한 목표나 꿈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나라는 사람을 더는 잃지 않고 싶었으니까요. 때로는 새로 얻는 것만큼이나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버킷리스트는 동기를 부여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우리 삶의 방향을 확인하고 재조정하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써 보실 것을 권해봅니다. 여러분의 올해 '버킷 리스트'엔 어떤 일들이 기록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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