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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17. 2024

'쿵푸팬더'가 시리즈를 이어가는 방법

'쿵푸팬더4' 볼까, 말까?

단언컨대 판다가 이토록 화제였던 적은 없었다판다 '푸바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테마파크에 모여 발디딜 틈이 없었고, 최근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날 때도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역사상 팬더가 가장 사랑받고 있는 시기다. 아니, 하나의 종을 넘어 한 개체가 이렇게 사랑받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런 푸바오의 부재를 알기라도 한 걸까. 영화계에서 가장 유명한 팬더 '포'(잭 블랙)가 돌아왔다. 무련 네 번째 영화로 말이다.

'쿵푸팬더' 시리즈는 우연히 마을의 대사부에게 선택받은 포가 쿵푸를 배우고 '쿵푸 마스터'가 과정을 담아 왔다. 지난 3편의 이야기를 통해 포가 한 걸음씩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고된 수련 끝애 쿵푸를 배우고, 내면의 안정과 정체성 찾기 등 '쿵푸팬더' 시리즈는 한 편마다 굵직한 테마가 있었고, 세 편을 통해 내면과 외면의 성장은 정점에 이른 듯했다.


네 번째 편의 테마는 '변화'다. 이미 전설이 된 포는 자신의 뒤를 이을 용의 전사를 찾아야 한다는 '시푸'(더스틴 호프만)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등장한 악당 '카멜레온'(비올라 데이비스)을 막기 위해 '젠'(아콰피나)과 여행을 떠나 다양한 사건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포는 변화의 필요성을 차츰 깨닫고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포 위주로 이야기를 설명했지만, <쿵푸팬더4>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젠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젠의 생애가 드러나고 내면의 갈등은 증폭된다. 

새로운 <쿵푸팬더> 시리즈가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만큼이나 불안감이 컸다. 앞에서 말했듯 세 번의 이야기를 통해 포의 성장이 끝나고 이야기도 완결된 것처럼 보였던 탓이다. <쿵푸팬더>는 시리즈는 평균 4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야기 역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 무술 바탕의 액션과 유쾌한 입담에서 오는 코미디, 그리고 주제를 관통하는 묵직한 대사는 작품에 깊이를 더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시리즈의 특색이자 정체성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더 큰 범죄 조직과 대결하며 액션의 스펙터클을 키웠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쿵푸팬더>는 시리즈를 확장해 온 것이다. 때문에 <쿵푸팬더4>는 더 거대한 적이 아닌, 새로운 주제와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만 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흥행을 위해 단순한 자가복제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편에서 변화라는 주제와 새로운 전사를 발굴하는 과정을 보여줬던 건 영리한 선택이었다. 

액션 등의 볼거리의 재미가 전 편과 비교해 부족하게 보일 수 있고, 새로운 인물의 성장에 포인트가 맞춰져 진행이 더디고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다. 게다가 전 편에서 함께했던 캐릭터들의 활약을 많이 볼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 4편이 제작되어야만 했다면, 이런 방향이 적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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