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볼까, 말까?
봄이 끝난 것처럼 기온이 높았던 날 찾았던 영화관의 대기는 사뭇 달랐다. 200석이 넘는 좌석 중 주인이 있던 건 단 세 자리였고, 그 중 한 자리는 외국 관객의 것이었다. 아마도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의 오랜 팬이거나, 이 시리즈와 관련된 추억을 고향에 두고 온 관객이었을 거다. 아무도 없는 상영관이 은은한 공포심을 갖게 했다면, 단 세 명이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상영관은 어떤 민망함을 느끼게 했다. 이렇듯 <고스트 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하 <오싹한 뉴욕.)은 시작 전부터 관객의 심장을 어떻게든 쪼그라들게 하는 영화였다.
유령과 맞서 싸우는 시리즈답게, 이번 영화도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대 유물에서 탈출한 유령에 의해 뉴욕이 얼어 붙고, 이 유령을 퇴치하기 위해 라이즈 버스터즈 멤버들이 뭉치는 걸 볼 수 있다. 시리즈 상 네 번째에 위치하며, 원년 멤버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그루버슨(폴 러드)과 스펭글러 가족의 활약을 담았던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와 이어지는 이야기다. <오싹한 뉴욕>의 메인 플롯이 유령 퇴치라면, 서브 플롯은 청소년기 자녀와 부모의 갈등이다. 덕분에 이번 편은 가족 드라마로서의 성격이 짙다.
전편이었던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가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던 팬들이 많았을 거다. '고스트 버스터즈'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였고,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이 문화를 즐겼을 팬들을 위해 <오싹한 뉴욕>도 많은 선물을 준비해 뒀다. 공간, 소품, 유령, 이펙트 등 전작에 등장해 익숙한 이미지를 잔뜩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어니 허드슨 등 원년 멤버들이 등장하면 추억의 소환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여전히 숨 쉬고 있는 '고스트버스터즈'의 유산을 보며 그리움과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과거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싹한 뉴욕>은 과거 이미지의 복구와 재현에 힘쓰면서 정작 자신의 매력은 어필하지 못했다. 서브 플롯인 가족의 이야기가 봉합되는 과정마저도 진부했다. 이 때문에 반복되는 추억의 이미지에 감흥이 떨어질 때면, 뒷이야기가 더는 궁금하지 않았다. 냉정히 보자면, 추억의 복원은 전편으로 충분했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세대를 뛰어넘어 '고스트버스터즈'를 소환한 것과 함께 세상을 먼저 떠난 에곤 역의 '해롤드 래미스'를 '고스트버스터즈'만의 방식으로 추모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반면, <오싹한 뉴욕>은 과거 이미지를 재탕하는 데 그쳤다.
이번 편은 과거에 취해, 인기 있던 이미지만 오려 붙여 관객이 즐겁기만을 바라는 모양새라 아쉬웠다. 이미지와 추억의 복원에 영화 한 편을 통째로 활용한 것만 같아 원작을 사랑했던 이들에게 무례하다는 인상까지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는 과거의 화질과 특수 효과 부분 등을 세련되게 개선한 원작을 재개봉하는 게 더 의미 있는 작업일 것 같다. 그것이 원작의 가치를 살리고, 팬들을 즐겁게 하는 길이지 않을까. '고스트버스터즈'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면, 추억의 소환 이상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