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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y 01. 2024

자가복제의 늪마저도 힘으로 돌파하는 시리즈?

'범죄도시4' 볼까, 말까?

"왜 계속 장사가 잘되는데!?" 아무리 재밌는 것도 자주 보면 식상해진다. 영화도 그렇다. 시리즈가 늘어나면서 정체되다 자신의 명성을 갉아 먹는 일이 꽤 자주 있다. 동일한 캐릭터가 유사한 이야기 구조 내에서 예상되는 모습만 보여주면 관객을 자극하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전작을 본 관객들의 기대치는 더 높아져 있기에 전작보다 나아진 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자가복제의 늪에 빠지는 순간, 그 시리즈는 이별을 준비해야만 한다. 이런 면에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흥미롭다.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은데 늘 흥행 불패의 신화를 쓰고 있으니까.

'범죄도시'는 관객이 그 내용과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작품임에도 티켓을 구매하게 하는 영화다. 마석도(마동석)의 주먹이 악인들에게 꽂힐 때 퍼지는 짜릿함을 맛 보기 위해 관객은 기꺼이 돈을 쓴다. 그런데 이 요소만으로 시리즈가 연장될 수 있을까? 반복되는 구도 속에 '범죄도시' 시리즈도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중 가장 큰 변별점을 가지는 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는 범죄다. 영화마다 새로운 범죄의 작동 방식을 조명하고, 거기서 관객은 또 다른 분노를 느낀다. 이런 범죄가 '범죄도시'의 생명력을 연장한다는 건 씁쓸하지만 부정하기도 힘들다. 현실을 대리해 마석도가 속 시원하게 응징해 주길 바라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범죄도시4>는 필리핀에서 한국인 프로그래머가 살해당했던 '파타야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가 운영되는 과정을 담았다. 자연스레 필리핀과 한국에서 동시에 작전이 펼쳐지면서 영화의 스케일이 더 커졌다. 여기에 필리핀 전통 무술 '칼리 아르니스'의 활용도 돋보인다. <아저씨>에서 선보여 국내에서 유명해진 무술은 단검을 활용해 빠르고 현란한 액션을 만들어 낸다. 용병 출신인 백창기(김무열)는 근접전에서 살인 기계 같은 섬뜩한 모습으로 경찰을 긴장하게 한다. 다수를 상대할 때 강한 모습을 보여줘 몹씬에서의 몰입도가 전편에 더 높다. 그리고 마석도와의 전투에서도 역대 가장 치명적인 대미지를 주는 등 역대 가장 위협적인 빌런으로 활약했다. 

이밖에는 전편에서 자리를 비웠던 장이수(박지환)를 적극 활용해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시리즈에서 동일하게 추구하던 이야기 구도를 구현하기 위해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범죄도시4>는 백창기와 함께 조직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장동철(이동휘)을 빌런으로 세웠다. 그는 IT 천재로 거대 조직을 은밀히 운영 중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부각되는 건 그의 무능력과 지질함뿐이다.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까지 보이는데, 이는 역대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악인과의 일대일 액션으로 영화를 닫는 구도를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이동휘의 역량을 담기에는 단편적이고 단순한 캐릭터였다. 또한, 영화 초반에 공들여 쌓은 요소들을 너무도 쉽게 정리해 버린 탓에 이야기로서의 매력은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고, 악인들의 주는 압박감도 전작의 장첸(윤계상)과 강해상(손석구)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새로움이 없어 아쉬울 수 있지만, <범죄도시4>는 이 시리즈와 마동석이라는 배우에게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영리한 영화였다. 그리고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다양한 세대의 관객이 함께 기다리고, 즐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범죄도시'는 의미 있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개봉할 때마다 관객의 사랑을 받고, 상업영화의 역할을 충분히고 있기에 앞선 분석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애초에 '엔터테인먼트'라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어, 앞서 아쉽다고 생각했던 부분보다 중요한 건 관객의 반응과 관객 수인 작품이다. 다만, 남은 네 편의 이야기를('범죄도시'는 8편까지 제작 예정)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범죄도시'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더 세워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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