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대관령 여행을 앞둔 화요일의 생각
며칠 후에 아주 짧은 여행을 가기로 했다. 동해안에 회 먹으러 가는 길에 지나다니기만 했던 대관령에 이번에는 멈춰서 하루를 지내면서 목장에도 가보고 기회가 된다면 잠깐 바닷가도 보고 올 생각이다.
꼬마 때는 몇 밤 자면 외갓집 간다고 며칠 전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곤 했는데, 요즘은 어디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게 아닌 이상 어딜 간다는 사실에 대해서 큰 기대를 품고 자꾸만 생각하고 설레어한 적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그렇게 가고 싶었던 베로나 행 기차를 예매해 놓고 기다리던 한 주 동안에도!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어디 멀리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잠깐 들렀다 오기만 하는 건데도 말이다. 길을 떠나는 게 기대가 되고 가면 무얼 할까 고민도 하게 된다. 가면서는 무슨 음악을 들을까? 돌아오기 전 마지막 끼니로는 무엇을 먹어야 잘 먹고 왔다고 소문이 날까. 한 마디로, 여행을 가는 게 설렌다.
가끔은 여행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동수단과 잠잘 곳을 비교하며 따져보다가 지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이라고 주머니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가장 시간을 아끼고, 가장 '가성비' 높은 잠잘 곳을 찾느라고 고생 아닌 고생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가려는 곳에서 보낼 시간에 대한 기대를 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포기하면 편하다고, 어차피 잠만 자고 나올 것인데 어떤 방구석이 되었건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번에는 이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를 이렇게 설레게 만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짧게나마 여행을 떠나는 것은 휴일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인 것 같다. 파란 하늘을 볼 시간도 별로 없지만 나가봐야 하늘은 회색인데다 매연만 가득하니.. 가려고 하는 목장 사진을 볼 때마다 탁 트인 하늘이 있는 그 곳에 얼른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뿐이다. 자꾸만 사진을 찾아 보게 된다. 날씨가 안 좋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보가 있기는 하지만, 비가 오고 천둥이 치더라도 일상 밖이다! 그러니까 좋은 비고 좋은 천둥일 거다. 하늘은 꼭 파랗지 않아도 된다. 비가 오는 대관령도 서울에 비하면 운치가 차고 넘치는 곳일테니까.
낯선 곳에서 잠을 설칠 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일주일간 쌓인 피로가 그 문제는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요즘은 새벽 한 시를 넘기는 일이 가뭄에 콩 나듯 하니깐 말이다. 이 날을 위해서 커피를 참아왔고 혼자 먹는 점심은 집에서 가지고 오는 나름의 수고를 했으니 맛난 밥 한 끼 정도는 먹고 올 거다.
아 설렌다. 어서 출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