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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Nov 20. 2023

척박함 속 풍요로움, 두샨베

파미르고원의 나라 타지키스탄 두샨베 풍경

거기가 어디 있는 동네인데?


중앙아시아 5개국 중 하나인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만큼 알려진 것도 별로 없고, 그리 끌리지도 않던 나라였다.

 

지리적 위치조차 정확히 모르고 살던 어느 날

K-Culture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에 뜻밖의 기회로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 출장길에 올랐다.




중앙아시아에 속한 국가들이 문화권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민족이나 언어가 모두 다르다.

대부분 이슬람교가 지배적이고 과거에 모두 구소련권이었다는 사실은 공통적이지만,

나라나 민족마다 외모가 미세하게 다르듯 그 뿌리에 차이는 존재한다.


(1) 타지키스탄, 그리고 두샨베


'타지크인의 나라' 타지키스탄(Tajikistan)

페르시아 문화를 기반으로 아랍의 모습을 담고 있는 나라이다.

오래 전부터 여러 부족의 지배를 받게 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지리적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인접해있어 18세기까지는 부하라한국 통치권 아래 있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내 자치공화국이기도 했으나, 소련 붕괴 이후 자체 독립국을 이루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시골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역사 속에 있었다.


타지키스탄은 척박한 자연 환경으로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해 경제 구조가 취약한 편이다.

아직도 1차 산업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


타지키스탄 지도(출처: 구글맵)


타지키스탄바다를 인접하고 있지 않은 온전한 내륙국가로,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 키르기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형 자체가 산이 많고 타지키스탄 동부에는

소위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파미르고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타지키스탄은 익스트림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바로 이 파미르고원으로 가는 길목이며,

수도 두샨베는 고원 가기 위해 들르는 도시로 더 익숙하다.


파미르고원(출처: ru.wikipedia.org)


타지키스탄수도 두샨베(Dushanbe)는 우즈베키스탄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편이다.

타지크어로 '월요일'을 의미하는 '두샨베'는

과거 월요일마다 큰 시장이 열린 곳이라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실크로드 시절 상인들이 오가는 교차로에 해당되었을 것이다.


두샨베 풍경은 어떨까?

도심에 우뚝 솟아있는 이스마일 소모니 동상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지배만 당하던 타지크 땅에 9세기말 10세기초 유일하게 황금기를 이룬 소모니 왕조와 페르시아 혈통 강조하고자, 큰 세력을 떨쳤던 이스마일 소모니의 동상을 1999년 세웠다. 높이만 무려 25m에 달한다.

타지키스탄 화폐 단위도 '소모니'인 걸 보면 현지인들에게 당시 왕조가 대단한 시절이긴 했던가 보다.


소모니 동상(출처: tourweek.ru)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 택시(기본료가 약 1,000원)를 타고 시내를 달리다 보면,

사방이 건물 신축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가 무척 애를 쓰는 기분이다.

그 노력으로 들어온 중국 자본의 힘이 건축물 공사장에 적힌 중국어 간체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두샨베 시내 풍경. 차는 많고 나무가 대체로 크다.


아직 공사판이라 현재는 두샨베 외관이 절반만 현대화된 느낌이었다.

어떤 지역은 난민촌을 연상시킬만큼 너무도 척박했고,

거기서 차로 한두 골목만 지나면 그럴듯해 보이는 건물과 시설들이 주욱 늘어섰다.

빈부격차가 큰 나라인 듯하다.


두샨베의 수많은 차들, 뿌연 공기, 멀리 척박해 보이는 언덕 등


두샨베의 그럭저럭 현대적인 골목


엎친데 덮친격 모래 바람까지 분다.

모래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날아온다는 얘기도 있고 석탄을 연료로 때는 공장 가동으로 그렇다고도 한다.

그래도 모래 바람 덕분에 뜨거운 햇살은 그나마 조금 피할 수 있었다. 여름에 이곳의 햇살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따갑고 건조해 조금만 걸어도 지칠 정도니 말이다.


(2) 사람 많고 아이들 웃음 가득한  동네


여름날 두샨베.

저녁에는 다행히 기온이 떨어져 산책할 만했고, 늦은 시간 치안도 안전한 편이었다.

동네마다 조명을 켜두고(정전도 잘 되는 편) 또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에서 더욱 안정감을 얻었다.


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 나온다

 

타지키스탄은 출산률이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많다. 아니, 그냥 체감상 사람 자체가 많은 나라 같다.

* 2022년 기준 매일 약 605명 출산(출처 : asiaplustj.info) 


두샨베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받고 나갈 때 수많은 사람에 밀리고 밀려 나온 경험이 있다.

새치기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오늘 안에 공항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공항 입구에서는 엄청난 인파가 한두 사람 지나갈 정도의 틈만 만들어두었는데, 그 사이를 지나가니 외국인이라 신기한듯 쳐다보는데 한꺼번에 쏟아지는 눈동자들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랬다.

너무 많은 인파들에 당황한 것일 터.


공항과 시장에서 본 현지의 사람들


그리고 어느 저녁에는 산책을 하다 조명 밝은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한창 운동을 하고 있길래,

'이곳은 늦은 시간까지 어린 학생들이 스포츠를 하네'

신기하게 봤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옛날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이 많아 학교가 주간반/야간반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두샨베의 저녁(출처: tj.sputniknews.ru)


물론 주변 환경이나 여러 여건이 분명 모두가 배부르고 등따숩지는 않을 듯 했지만,

요즘 시대 우리가 많이 잃어버린 인간미가 그들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시장에 구경 간 우리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냉장고에 있는 판매용 생수를 선물로 그냥 주겠다며(더위에 물 섭취는 정말 중요했다.)

선뜻 다 내놓는 현지인 모습에 감동했다.


사람 많고 정도 많고 아이들도 많은 동네,

마음이 따뜻해진다.


(3) 화려함의 극치를 보다


두샨베를 떠나는 날, 누군가 우리에게 얘기했다.


나브루즈 궁전 가셨으면
두샨베에서 좋은 거 다 보신 겁니다.


그곳은 지금까지 내가 본 두샨베의 풍경과 좀 달랐다.

나브루즈 궁전(Navruz Palace)을 현지인 동행으로 투어를 했는데,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 잘 살지 못하는 나라로 인식했던 지난 며칠 타지키스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브루즈 궁전 입구


정부 관계자들이 식사하는 장소, 정상회의장, 작은 회의장과 화려한 방 등 수많은 공간들이 있었다.

하나씩 들여다보니 어떤 방에는 거울과 보석을 모자이크처럼 세밀하게 한땀한땀 수공으로 붙였고, 어떤 회의실은 각종 고가의 보석과 목재를 장식하여 국가 원수에 대한 찬양의 의미를 담아 작품을 만들었다.


일단 화려함에 압도당해서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화려함으로 압도하는 나브루즈 궁전 내부


이 모든 것들이 국가 오직 원수를 위해 만든 거라 하니, 한편으로는 독재국가의 힘이기도 할 것이다!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에모말리 라흐몬(Emomali Rahmon)으로, 1994년부터 현재까지 통치 중이다.


소회의실과 연회장. 연회장 내부는 마치 한국의 단청을 생각나게 했다.


안내자는 사진 촬영은 허가했으나 공간마다 머무르는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우리 나라가 이 정도야!'

으쓱하보여주고 누군가 보석을 떼어갈 것을 염려했는지 다음 장소로 빨리빨리 이동시켰다.


나부르즈 궁전 뒤로 보이는 호수


나브루즈 궁전은 아직 지은지 10년도 채 안 된 곳인데,

푸틴도 여러 번 왔다 갔다고 한다.

이 공간을 얼마나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보여주고 싶을까?


2023년 9월에 두샨베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6개국 정상회의(출처: 타지키스탄 현지 TV 화면)


우리가 머무는 동안 개최된 중앙아시아 6개국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러시아 영향에서 벗어나 우리끼리 잘해봅시다'의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회의 개최지가 타지키스탄이라니, 이곳에 앞으로 뭔가 야심찬 변화가 있게 될까?




그 어떠한 정치적 상황과는 상관없이

한국 문화에 대한 타지크인들의 인기는 높았다.


2023년 10월 16-17일 두샨베에서 열린 코리아 페스티벌


출장 목적으로 지원하게 된 주타지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 주관 한국문화행사(Korea Festival)에서

놀라운 반응을 경험했다.


공연장 앞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끝까지 열광적으로 호응했고,

그밖에도 한식, 의료, 놀이, 기업행사 등 한국 거라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참여하면서

두샨베 시민들이 모두 한국 문화 축제를 즐겼다.


한국에서 온 것만으로도 타직인들은 엄청나게 환호했다.


타국에서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지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알지도 못하던 낯선 땅이었지만,

하나씩 들여다 보며 한국의 것으로 함께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무엇보다 두샨베에서는 아직 러시아어가 생각보다 잘 통해 소통할 수 있어 반가웠다.


유난히 책을 함께 읽는 동상이 많았던 두샨베의 한 공원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파미르고원에 도전...?!



* 영상으로 만나는 두샨베, 그리고 타지키스탄(릴스)

출처: 유튜브 채널 여행과 사색


* 험기 참고 링크 :

https://www.emerics.org:446/issueDetail.es?brdctsNo=357440&mid=a10200000000&systemcode=04



★ 게재한 일부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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