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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Feb 05. 2024

러시아의 겨울나기 : 겨울 수영과 얼음낚시

바다코끼리와 펭귄들의 추위 즐기는 방법

1년의 절반 이상이 겨울인 러시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겨우살이는 어떨까?


춥다고 따뜻한 곳에 들어가 숨어지낼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엄동설한에 러시아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더 추운 활동에 전념하면서 추위를 이겨낸다.


러시아의 익스트림 겨울나기 문화, 겨울 수영과 얼음낚시를 통해 만나보려 한다.




(1) 바다코끼리의 겨울 수영


새해를 맞이하고 1월 중순이 되면, 매년 러시아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줄지어 얼음물에 입수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송된다.


눈으로만 봐도 엄청나게 혹한인 날씨에, 왜 얼음물에 들어가는 걸까?

매해 1월 19일(율리우스력 1월 6일)은 정교회의 주현절(Крещение)이다. '예수세례일'로도 부르는 이날 러시아 사람들은 성호를 그으며 얼음물에 몸을 세 번 담그면 자신의 죄가 씻겨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줄서서 주저 없이 자기 입수 차례를 기다린다.


주현절 얼음물 입수로 죄를 씻는 사람들(출처: uh-vkusno.ru)


이러한 모습은 물론 종교적 회개를 위해 얼음물에 잠시 담그는 것에 그치는 이벤트라지만, 그저 감탄스럽다. 하지만 더 놀라운 그보다도 긴 시간 동안 얼음물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겨울이면 혹한으로 강하게 얼어붙은 강이나 호수, 바다 깨고 작은 트랙을 만드는데, 그 속에 들어가 겨울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현지에서는 이들을 ‘모르시(Морж)’,
즉, 해석하자면 ‘바다코끼리’라 부른다.
바로 러시아의 진정한 얼음물 수영꾼들이다.


'바다코끼리(모르시)'로 불리는 이들(출처: triptonkosti.ru)


알고 보면 겨울 수영은 고대부터 이어진 러시아 전통이다. 얼음물 수영으로 온몸이 단련되고 면역력 높아져 건강해진다고 여겨, 러시아인들은 오랜 세월 이 전통을 지켜왔다. 물론 사람마다 건강 상태도 다르고 혈관계 유병자들에게는 얼음 수영이 오히려 독이 될 수 ,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긴 어렵겠다.

무엇보다 심장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준비하고 입수하는 등 입수 전후 주의할 사항들 지켜야 건강하게 수영할 수 있다.


얼음 수영 즐기는 사람(출처: visitvl.ru)


러시아의 수많은 모르시 클럽(출처: fzpr.ru)

이러한 바다코끼리 '모르시'들을 위한 클럽도 러시아 전역에 조성되어있다. 2023년 말 기준 러시아 전국에 74개의 모르시 클럽이 있다. 이들은 겨울이 오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 수영을 즐기면서 강한 체력을 뽐다.



소련시절 겨울 수영 시합(출처: ruswinterswim.ru)


모르시가 많아서인지 몰라도, 러시아에서는 옛날부터 겨울 수영 시합이루어졌다.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시합은 계속 이어져왔고, 이에 러시아 정부는 2022년 겨울 수영을 러시아의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하기에 이른다. 많은 바다코끼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건강하게 각자의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겨울 수영 시합(출처 t-i.ru)


역시 겨울 수영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2) 펭귄의 얼음낚시   


러시아에서는 강이나 호수 꽤 얼어붙는 시기인 11월 말~12월 초가 되면, 얼음 위로 강태공들이 올라와 자리를 잡고 진을 치기 시작한다. 이들은 아이스 드릴 얼음에 깊게 동그란 구멍을 뚫고, 그 곁에 앉아 낚싯줄을 잡고 고기가 물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낚시꾼은 살을 에는 듯한 맞바람도 견뎌야 하며 물고기가 줄을 물 때까지 버텨야 한다.


얼음 뚫기(출처: sportishka.com)


이처럼 얼음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을 러시아에서는 ‘펭귄(Пингвин)’이라 부른다. 두껍게 입은 옷 하며, 얼음 위 부동자세 하며, 얼핏 펭귄과도 닮은 모습이다.

 

멀리서 보면 수많은 ‘펭귄’이 삼삼오오 모여서 고기 낚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주로 고기가 잡히는 포인트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곳에만 사람들이 모여있어 그런 광경이 펼쳐진다. 자동차, 텐트, 그냥 버티는 사람들.. 보기만 해도 추워진다.


차와 낚시꾼이 뒤섞인 얼음 한복판


사실 한국에서도 한겨울 산천어 낚시등 얼음낚시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는 혹독한 자연의 환경, 러시아인만의 질긴(?) 인내심과 기다림이 있어서 그런지 얼음낚시가 더욱 빛을 발한다.


고기를 낚는 펭귄들(출처: sportishka.com)


러시아에서는 두껍게 언 얼음에 대비한 각종 장비들, 특별한 낚싯줄과 기술, 혹한에 필수적인 방한용품 등 조금 더 많은 대비와 준비가 필요하다. 극한의 추위에서 조금 더 오래 버티고 물고기는 많이 낚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추울수록 기다림의 시간은 더 길게만 느껴진다. 


러시아 얼음낚시에 필요한 장비들 - 번역본 (출처: ria.ru)


나도 러시아에서 얼음낚시를 따라 나간 적이 있었는데, 따뜻한 옷과 모자,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갔는데도 밖에서 5분도 견디기 어려웠다. '이러다 정말 얼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열을 내라고 얼음낚시 자리엔 보드카가 늘 구비되어 있나보다.


한편, 추위가 살짝 누그러든 3~4월에는 섣부른 얼음낚시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조금 상승한 기온에 견고하지 못한 얼음 위에 올라갔다가 얼음 깨지는 바람에 낚시꾼이 차가운 물 속에 빠지는 뉴스가 보도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확실한 수확(출처: rutube.ru)


아무튼 얼음낚시는 참 매력이 있어, 많은 이들이 발길을 못 끊는 것이겠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끝에 만난 물고기 수확이 가장 큰 기쁨과 보람것이다. 잡히는 어종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농어, 대구, 빙어 등의 종류들이다. 그중에서도 상트페테르부르크나 극동에서 유명한 종은 작은 빙어과 물고기인 코류시카(Корюшка)로, 로컬 음식점에서 철마다 별미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코류시카 및 코류시카 별미(출처: catalog-photo.ru / bangkokbook.ru)


코류시카는 표트르 대제가 사랑한 '물고기의 황제'로, 특유의 '오이' 냄새가 나 물고기의 야채로도 불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설립 당시 해당 지역에 코류시카가 많이 서식해 굶지는 않을 곳이겠다고 판단하고 도시 설립을 추진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코류시카는 상트테르부르크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아무튼 그렇게 힘들게 잡은 손맛 덕분에 펭귄들이 얼음낚시에 빠지는 게 아닐지?




추위를 추위로 이겨내라!

러시아 물가의 겨울나기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화끈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겨울 수영과 얼음낚시지만

혹한 속 수영과 낚시를 하는 바다코끼리와 펭귄만큼 즐길 수 있을까?


겨울나기에 최적화된 러시아 사람들, 역시 대단하다.



※ 원문 관련 영상 [러시아 겨울나기 선수들, 바다코끼리와 펭귄]

https://youtu.be/XlD_AFjni5Q

출처: 유튜브 채널 여행과 사색



*표지 그림 출처: kilk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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