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험소녀 Jun 12. 2024

[모스크바 vs 상트페테르부르크③] 같은 이름의 상점들

차원이 다른, 옐리세예프 상점과 돔 크니기

어, 이름이 같은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동일한 이름의 다른 상점들을 만났다. 둘다 아주 멋졌다.

체인처럼 이름은 같은데 두 도시의 상점 콘셉트나 외관, 분위기가 좀 차이가 났다.


모스크바의 옐리세예프 상점의 예전 모습(출처: xxx-shoping.ru)


먼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럭셔리한 고전 가게 '옐리세예프 상점'을 소개한다.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듯 이곳이 박물관인지, 상점인지 그 클래식한 매장 분위기는 정말로 매력적이다. 그래서 한번 매장에 들어서면 꽤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 물론 현재는 상점 이름의 주인공인 19세기 상인 옐리세예프의 가문에서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그가 현대까지 남긴 아주 멋진 유산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옐리세예프 상점(출처: bangkokbook.ru)


두 도시의 또 다른 상점 '돔 크니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단어를 해석하면 '책의 집'인데, 말 그대로 서점이다. 사실 돔 크니기는 러시아 도시마다 책방으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서점 중 대표격이다. 참고로 러시아의 간판들은 대부분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간판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엇을 파는 곳인지 추측하기 쉽다. 아무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돔 크니기는 역사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에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부터 두 도시의 같은 이름 다른 상점들을 대결 구도로 만나 본다.


모스크바 돔 크니기 및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 내부(출처: koloro.ua, stranabolgariya.ru)


(1) 옐리세예프 상점 Елисеевский магазин : 식료품점


가문의 성을 딴 상점!


가문 이름 걸고 장사를 한다는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러시아의 19세기풍 '옐리세예프 상점'이 바로 그러한 노포 공간이다. 노포라 하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럽긴 하다. 도대체 옐리세예프는 어떤 가문이었길래 세기를 거쳐도 이처럼 아름다운 상점을 통해 변함없이 기억될까?


옐리세예프는 19세기 거상으로 손꼽힌 가문이다. 

하지만 옐리세예프 가문은 본래 장사하는 집안이 아니었다.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옐리세예프 상점(출처: moiarussia.ru)
옛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옐리세예프 시장(출처: vk.com)


지금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옐리세예프 상점을 오픈한 이는 그리고리 옐리세예프(1864~1949)로, 3대이다. 가족 사업인 것이다. 그리고리의 할아버지 표트르 옐리세예프(1776~1825)는 농노 출신이었다. 야로슬라블에서 러시아 유명 귀족 집안 셰르메체프 백작의 정원사로 일하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표트르는 1812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셰르메체프 백작에게 정성스레 준비한 딸기를 선물했다. 그 추운 겨울에 신선한 딸기를 받은 백작은 깊이 감동했고, 그 대가로 표트르의 소원을 들어 주게 되면서 그는 자유를 부여 받았다. 이후 표트르는 가족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해 상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백작에게 대했던 것처럼 고객들을 감동시키고 놀라게 하는 그의 능력은 장사를 하며 빛을 발했다. 처음에는 넵스키 대로에서 오렌지를 파는 걸로 시작했고, 장사가 잘 되자 수입 과일과 오일, 와인을 판매했다. 이처럼 양질의 상품과 정직한 비즈니스로 사업 수완이 남다르게 좋아, 표트르는 곧 바실리섬에 매장도 오픈할 수 있었다.


표트르 옐리세예프의 둘째, 셋째 아들 그리고리와 스테판(출처: dzen.ru)


표트르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세 아들 세르게이, 그리고리, 스테판이 아버지 사업을 이어갔다. 아버지가 장사의 길을 잘 닦아 놓은 덕분에 이들은 현지의 손꼽히는 상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들은 1858년 '옐리세예프 형제 트레이딩 하우스'를 설립해 매장 식료품을 다양화했고, 원활한 수입을 위한 선박도 구입했다. 첫째 세르게이 사망 후 사업 운영 전반은 둘째 그리고리가 맡았다. 당시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어 옐리세예프의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1892년 그리고리가 세상을 떠났고, 그의 아들 그리고리 그리고리예비치(그리고리의 아들 그리고리) 옐리세예프가 가업을 이끌었다.

 

표트르 옐리세예프의 손자 그리고리 그리고리예비치 옐리세예프(출처: ru.wikipeia.org)

3대로 가업을 잇는 그리고리도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는 푸시킨이 문학 살롱에 나와서 작가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던 모스크바의 100년 된 코지츠카야의 저택을 1898년에 매입했다. 저택을 매장으로는 그대로 쓸 수 없었기에, 3년 동안 가브리일 바라놉스키 주도의 재건 공사로 인테리어를 아름답게 꾸몄다. 1901년 오픈한 상점에는 고급스런 식재료와 클래식한 홀의 크리스탈 장식 등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들로 가득했고, 이에 모스크바는 떠들썩해졌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이곳이 바로 트베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옐리세예프 상점이다.(현재 매장 내부는 무기한 운영 중단)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넵스키 대로에도 그럴듯한 미식 부티크 매장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그리고리는 다시 한번 모스크바 매장 공사를 맡았던 건축가 바라놉스키에게 넵스키 대로 매장을 상업적 아르누보 양식 건물으로 짓도록 했고, 이내 1903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상점도 오픈하게 된다. 특별히 이곳은 쇼핑과 여가를 즐길 공간으로서 1층은 식료품 매장, 2층은 극장, 3층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구성했다. 당시 분위기가 잘 보존된 상태로 현재는 넵스키 대로에서 옐리세예프 형제 이름의 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웅장하고 멋진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의 화려함은 가히 세기를 막론하고 감탄을 부르는 장소이다.


모스크바 옐리세예프 상점 오픈 초기 모습(출처: tgstat.ru)
건축가 가브리일 바라놉스키와 그가 건축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옐리세예프 상점(출처: peoples.ru, iduvmagaz.ru)


이러한 엄청난 명성을 일군 그리고리 옐리세예프는 마땅한 후계자 없이 다소 비극적으로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두 상점이 도시의 아름다운 유산이 되고 있다.


두 장소를 비교해보면 아래 표로 요약해볼 수 있다.


모스크바 옐리세예프 상점 VS 상트페테르부르크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


비록 지금은 문이 닫혀 있지만 아름다운 모스크바의 옐리세예프 상점과

독보적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을 지금부터 만나보겠다.


[모스크바] 옐리세예프 상점 Елисеевский


모스크바 옐리세예프 상점(출처: wi-fi.ru)


트베르스카야 거리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마트이다. 반짝반짝 흐드러진 샹들리에, 매장 구석구석을 아름답게 채우는 온갖 장식들에 시선을 빼앗겨 진열된 상품은 들러리가 될 뿐이다. 이곳에 1901년 상점을 오픈한 19세기 상인 그리고리 옐리세예프의 초상화가 와인홀 입구에 걸려 있다. 그래서 더욱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준다. 옐리세예프 모스크바 상점은 한동안 일반 대형 마트 체인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아쉽게도 운영자 및 소유권 문제로 2021년 4월부터 운영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이다. 상점 폐쇄 소식에 모스크바 시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규탄을 이어가며 이 역사적인 상점의 재개를 요청하고 있다.


옐리세예프 상점 오픈 당시 분위기.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듯 클래식한 저택 속의 마트(출처: xxx-shoping.ru, iduvmagaz.ru)
옐리세예프 상점 내부 장식, 그리고 와인홀 입구의 그리고리 옐리세예프 초상화(출처: inet-shops.ru, iduvmagaz.ru)


건물 외관에서도 조각 장식의 정교함이 돋보인다. 상점이 속한 건물은 원래 1780년대 예카테리나 2세의 국무대신 코지츠코이의 미망인을 위해 지어진 저택이다. 미망인 코지츠카야의 둘째 딸 안나의 이복 딸인 드레스덴 출신 지나이다 볼콘스카야는 이 저택에 푸시킨, 투르게네프, 뱌젬스키 등이 참석하는 문학 살롱을 열기도 했다. 이후 건물 소유자가 바뀌어 오다, 1898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상인 그리고리 옐리세예프가 이 집을 사들여 대규모 공사를 통해 1~2층을 뚫고 화려한 홀과도 같은 상점을 1901년 오픈했다. 이곳 매장에는 옐리세예프 가문에서 취급하는 열대 과일과 제과, 고가의 식료품이 판매되었고, 지하에 와인 저장고도 있어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대유행을 일으키는 공간이었다. 1984년에는 상점 명칭이 식료품점 1호점(Гостроном №1)으로 바뀌었으나, 2000년 원래의 '옐리세예프' 명칭을 되찾아 트베르스카야 거리의 명소로 오랜 시간 자리잡아 왔었다. 부디 이 역사적 장소가 머지 않은 시간 내 다시 오픈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모스크바 옐리세예프 상점 옛 모습과 와인 저장고(출처: publishernews.ru, dzen.ru)
옐리세예프 상점이 소재한 18세기 저택, 그리고 소련 식료품점 1호점일 당시 모습(출처: dzen.ru)
< 옐리세예프 상점 >
- 주소 : ул. Тверская, 14(트베르스카야 거리 14번 건물)
- 찾아가기 : 메트로 7호선 Пушкинская(푸시킨스카야), 2호선 Тверская(트베르스카야)역에서 도보 1~2분


[상트페테르부르크]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 Магазин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


상트페테르부르크 옐리세예프 상점(출처: dzen.ru)


넵스키 대로와 말라야 사도바야 거리 교차 지점에 위치한 독보적인 외관의 가게이다. 내부 또한 스테인드 글라스와 각종 조각품, 실내 장식과 고급 인테리어로 꾸며져, 진열된 상품에 집중하기보다 분위기에 더 취하게 된다. 육류와 해산물, 치즈 등 식료품은 물론, 표트르 1세 시절 레시피로 만든 초콜릿과 과자, 옐리세예프의 브랜드가 붙은 맥주, 흑소금과 라벤더 설탕 등도 있어 빈 손으로 떠날 일은 없을 것 같다. 프랑스식 케이크나, 이곳에만 있는 독특한 선물세트 등 고급 서비스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홀 중앙의 야자수 아래서 프랑스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 고급진 피아노와 와인 저장고가 있으며, 2층에는 상점에서 운영하는 고급 러시아 레스토랑에서는 식사도 가능하다. 여기서 운영하는 박물관에 별도의 프로그램 투어를 신청하면 전문 가이드 동행으로 옐리세예프 매장의 비밀과 옐리세예프 가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의 화려한 내부(출처: dzen.ru, bangkokbook.ru)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 건물의 레스토랑(출처: mayak.travel)
상트페테르부르크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에서만 살 수 있는 선물 세트(출처: dzen.ru, www.kupetzeliseevs.ru)


18세기 셰레메체프 백작의 정원사로 일하던 표트르 옐리세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장사를 시작해 유명 상업 가문이 되었다. 그의 집안은 외국 와인과 식료품을 거래하면서 성장했다. 표트르의 둘째 아들 그리고리는 형제들과 합심해 트레이딩 하우스를 설립하고, 회사는 19세기 말 더욱 번창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론 유럽에서도 유명해졌다. 당시 와인 저장고를 소유할 정도로 풍족했다. 현재의 건물은 옐리세예프 형제의 매장 공간으로 사용하고자 유명 건축가 바라놉스키가 절충주의 요소가 가미된 북부 아르누보 양식으로 설계해 1902~1903년 건설한 것이다. 모스크바 매장과 마찬가지로 소련 시절에는 국유화되어 식료품점 1호점(Гастроном №1)으로 개명되기도 했다. 이후 상점은 옛날 분위기로 복원돼 2012년 다시 문을 열어 도시의 인기 장소로 사랑받게 되었다. 특별히 건물 외부의 4개 조각상들은 각각 산업, 무역, 예술, 과학을 상징하고 있어, 눈여겨봐도 좋겠다.


소련 시절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 모습(출처: flectone.ru)
건물 외부 맨 왼쪽부터 각각 과학, 예술, 무역, 산업을 상징하는 조각상들(출처: cobrio.club)
<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 >
- 주소 : Невский просп., 56(넵스키 대로 56번 건물)
- 찾아가기: 메트로 2호선 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넵스키 프로스펙트), 3호선 Гостиный двор(가스치니 드보르)역에서 도보 3분



(2) 돔 크니기 Дом книги : 서점


러시아 대표 서점은? '돔 크니기'!


우리나라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이 대형 서점 체인으로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따로 이런 상표를 찾을 필요가 없다. 대표 서점은 오직 '돔 크니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마다 크고 작은 서점들도 많지만, 돔 크니기는 러시아에서 대표 명사와도 같은 명칭이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것은 어떻게 다를까?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모스크바 돔 크니기 건물(출처: noorysan.ru)
소련 시절 돔 크니기 매장 내부(출처: msk.livejournal.com)


모스크바 돔 크니기는 반듯한 간판과 길쭉한 네모 창이 주욱 정렬된, 다소 단조로운 모습이다. 그래도 알고 보면 소련 수도 재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칼리닌 대로(現 신 아르바트 거리)에 등장한 나름의 혁신적 건축의 결과였다. 거리를 보면 지금도 초기 소비에트 모더니즘의 앙상블로서 딱딱하고 거대한 네모 건물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도시의 기존 건축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처음에는 비판도 있었다. 해빙기 때는 이 소비에트 모더니즘 작품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해당 건축팀(건축가 포소힌, 믄도얀츠)이 1966년 파리 건축 연구 센터로부터 그랑 프리를 수상했다. 이후 돔 크니기 매장은 칼리닌 대로에 1967년 오픈, 당시 소련 및 유럽 최대 서점으로 손꼽힐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오랜 시간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이곳을 찾았다. 1998년에는 '모스크바 돔 크니기' 서점 통합 센터가 설립되어 도시 매장의 전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모스크바 돔 크니기에는 문학 카페가 있는데, 이곳에서 작가와의 만남, 주제별 강의나 낭독회, 음악의 밤, 어린이 공연 등 매달 40여 개의 문학, 교육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모스크바 돔 크니기에서 개최 중인 행사(출처: telegra.ph)


한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돔 크니기는 외관부터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넵스키 대로 다른 건물보다 유난히 높고 화려하게 장식된 유리돔과 지구본 건물에 서점이 입점해 있다. 해당 건물은 본래 20세기 초 미국 재봉틀 회사 진게르 사옥으로 지어졌으나 해당 기업은 철수하고, 1919년 말부터 돔 크니기가 일부 자리 잡았다. 이곳 돔 크니기 창설은 최초 소비에트 국영 도서출판 업무와 깊은 관련이 있다. 러시아 혁명 후 내전 기간 동안에는 팸플릿, 전단지, 포스터 등 인쇄물이 적군이나 정치기관, 도서관 등을 통해 무료로 배포되어 오다가, 1921년 단일 시스템으로 도서를 유통하는 상사가 등장했다. 국영 출판사 페트로그라드 지부의 판매부 설립이 그 시초가 되었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도서 배포를 위한 작업들이 이루어졌고, 그렇게 시작된 책 장사는 도시의 모든 서점을 아우르면서 진정한 형태의 서점을 이루다. 그렇게 운영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돔 크니기가 2007년에는 도시 최고의 소매 체인으로 인정받았다. 현재도 다양한 서적들과 문구류를 판매하고 있으며, 문헌 탐색도 지원 중이다.


대조국 전쟁 이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와 소련 시절 서점 내부(출처: m.123ru.net, zelengarden.ru)
아르누보 스타일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 입구(출처: skachat-foto.ru)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돔 크니기가 모스크바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것은 혁명과 내전 이후 과도기적 모습이었다면, 모스크바 돔 크니기는 소련 안정화 시기에 탄탄하게 마련된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 있겠다.


두 매장을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두곳은 분위기 자체가 너무도 다르기에 직접 방문해보길 바란다.


모스크바 돔 크니기 VS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


이러한 두 서점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모스크바] 모스크바 돔 크니기 Московский Дом Книги


모스크바 돔 크니기(출처: fb.ru)


신 아르바트 거리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스크바 대표 서점이다. ‘모스크바 책 집’이라는 정직한 의미의 명칭을 가진 서점에는 20만 권 넘는 책과 문구류 50만 종, 1만 권 이상의 중고 및 고문헌 등을 보유하고 있어 규모가 상당하다. 과연 문학을 사랑하는 나라인 만큼 연간 7백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한편, 전 지점에서 연간 2천 5백만 권 이상의 도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총 13개의 부서가 있고 인터넷 서점도 운영되고 있으며, 철마다 모스크바 돔 크니기 카페에서 다양한 문화 교육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돔 크니기에서 이루어지는 작가와의 만남(출처: mixyfotos.ru)
모스크바 돔 크니기 위에서 본 모습(출처: stranabolgariya.ru)


모스크바 돔 크니기 건물은 소련 시절 지어져, 밋밋한 사각형 모양으로 큰 특징적인 모습은 없다. 그래도 규모는 꽤 크다. 1967년 돔 크니기는 오픈 당시 소련 및 유럽에서 가장 큰 서점이었고, 도시의 서점들을 아우르는 통합 센터가 설립되면서 명실상부 러시아 대표 서점이 되었다. 매장에 보이는 책 대부분은 러시아어로 된 서적들이지만 문학의 나라 서점 분위기도 제대로 느껴 보고, 러시아 스타일 달력이나 엽서 등 기념품이 될 만한 문구류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2층에는 문학 카페도 있으니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 없이 편히 쉬었다 가도 좋은 장소이다.


모스크바 돔 크니기 분위기, 그리고 문학 카페(출처: mixyfotos.ru, anothercity.ru)
< 모스크바 돔 크니기 >
- 주소 : ул. Новый Арбат, 8(신 아르바트 거리 8번 건물)
- 찾아가기 : 메트로 3∙4호선 Арбатская(아르바츠카야)역에서 도보 7분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옛 진게르 사옥) Дом книги(Дом Зингера)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출처: spbmuzei.ru)


카잔 대성당 맞은편 둥글게 솟은 유리 지붕이 돋보이는 건물 1~2층은 대형 서점 ‘돔 크니기’이다. 외관이 아름답고 독특한 만큼 내부도 아주 멋질 것만 같다. 서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이지만 이곳 매장에 들어서면 각종 서적과 문구, 장난감,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장소가 예뻐 기념 삼아 들어오는 여행자들도 많아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2층에 위치한 카페는 커다란 창가에서 카잔 대성당을 배경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뷰 맛집이기도 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 내부와 2층 카페 창밖 풍경(출처: flectone.ru, Яндекс Карты)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 건물은 20세기 초 미국 재봉틀 회사 '진게르'의 사옥으로 그 역사가 깊다. 현재 돔 크니기가 소재하고 있는 건물인 옛 진게르 사옥은 1904년 건축가 파벨 슈조르가 네오 바로크적 요소를 가진 아르누보 양식으로 건축했다. 당시 사옥에는 대형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을 만들고, 투명한 유리 지붕과 아트리움 등이 있어 특별했다. 또 자동 엘리베이터는 물론, 매립 배수관, 증기 제설 시스템 등을 갖춘, 그야말로 건축 혁신의 작품이었다. 건물 외벽에는 재봉틀과 물레가락, 작살 든 신화 속 주인공 조각상이 있고, 지구 모양의 꼭대기 유리 돔은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갈 진게르의 비전을 상징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건물 외관에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상이 나타났는데, 진게르가 독일이 아닌 미국 회사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혁명 후 건물이 국유화되자 진게르 회사는 그곳을 떠났고, 1919년 돔 크니기가 자리를 잡고 오픈했다. 대조국 전쟁 때도 문을 닫지 않고 운영했다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돔 크니기는 지금도 넵스키 대로의 명소이다.


진게르 사옥이었던 돔 크니기 소재 건물의 내부(출처: fortuna-travel.ru)
진게르 사옥으로 사용된 건물 외관과 유리돔(출처: nanasposter.ru, idei.club)
< 돔 크니기(옛 진게르 사옥) >  
- 주소 : Невский просп., 28(넵스키 대로 28번 건물)
- 찾아가기 : 메트로 2호선 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넵스키 프로스펙트), 3호선 Гостиный двор(가스치니 드보르)역에서 도보 1분




러시아에 가면 뻔한 기념품숍이나 쇼핑몰 말고,

이처럼 나름의 유서 깊은 상점들을 찾아가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겠다.

옐리세예프 상점과 돔 크니기와 같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19세기 러시아부터 20세기 소련까지 러시아스러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풍스런 고전 분위기 식료품점에서 아이쇼핑하고, 활자는 모르더라도 책방 분위기에서 러시아를 느껴 보자.

특별히 두 상점은 모스크바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있으니 비교 체험할 가치가 있다.

물론 모스크바의 옐리세예프 상점은 속히 다시 오픈하길 바라면서!


피아노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옐리세예프 형제 상점(출처: dzen.ru)
모스크바 돔 크니기의 야경(출처: olgakomar1974.livejournal.com)


* 커버 사진 출처 : bangkokbook.ru, s30011533445.mirtesen.ru



★ 연재물 내 출처가 명시된 사진을 제외한 본문의 모든 텍스트 및 내용 구성에 대한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

이전 12화 [모스크바 vs 상트페테르부르크②] 러시아 신앙의 깊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