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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블라디보스토크의 낯선 향기(4): 바다 도시

바다와 도시를 조망하는 선물 같은 장소들

by 모험소녀
블라디보스토크,
뭐 볼 거 있어?


작은 동네라 그런지 보통 이렇게들 생각한다.

이번 방문에 큰 수확이 있다면 도시의 변화 파악도 물론 있겠지만, 새로운 장소의 발굴일 것 같다.


중국인이 몰리지 않아 조용하고 주로 로컬들이 찾는 바로 그런 장소들을 만났다.

모두 바다가 보이는 곳들로 도시의 다른 얼굴을 발견한 것처럼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지난 이야기↓↓]


1. 독수리 둥지 공원


우리의 기억 속 독수리 전망대는 이미 오래 전 없어졌다. 지금은 그 언덕에 박물관-극장 콤플렉스가 건설되는 중이다. 공사 현장을 실제로 근처까지 가서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푸니쿨라역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 독수리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이미 공사장 인부들의 출입구로 바뀌어 있었다. 그곳은 이제 내후년쯤 오픈하게 될(계속 지연되는 중) 문화예술 복합 공간을 방문해야 다시 제대로 만날 수 있을 터.


바로 그 언덕의 콤플렉스에서 모스크바의 트레치야코프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 등의 작품들을 만나고 마린스키 극장의 공연을 보게 될 수 있다 하니 더욱 기대된다.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독수리 전망대 위에 건설되고 있는 박물관-극장 콤플렉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부근의 다른 공간으로 발길을 돌렸다. 원래 독수리 전망대가 있는 곳이 '독수리 둥지 언덕'인데, 그 언덕 뒤쪽으로 올라가 봤다. 신식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어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멋진 뷰로 눈 호강하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로컬 동네이다. 거기서 조금 걸어오르면 '독수리 둥지 공원'이 나온다. 동네 공원이라 규모가 크지 않지만 금각교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뷰 포인트가 있고, 계단을 더 오르면 도시 전망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언덕 위 아파트 주민들만을 위한 전용 공간처럼 느껴질만큼 프라이빗했다.


독수리 둥지 공원
독수리 둥지 공원에 있는 금각교 뷰 포인트


사실 전망대라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울타리도 없는 흙바닥 언덕이었다. 그곳에 놓여진 돌에 1860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처음 상륙한 코마로프 소위의 동상이 세워질 거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아직 조성 중인듯 했다.


아무튼 그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블라디보스토크 지형이 다 그려지는 듯한 파노라마! 정말 최고의 광경이었다. 마치 내가 신이라면 이런 기분일까?


로컬들이 찾는 독수리 둥지 공원 전망대
독수리 둥지 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와 금각만 풍경


나중에 공원이 제대로 다 조성되면 다시 찾아오고 싶다.

아니, 독수리 둥지 공원 근처에 사는 친구를 사귀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


2. 부르니곶


스포츠 해안로에서 서남부 방향 도보 1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자갈밭 곶이다. 해안로에서 먹거리 가득한 유빌레이니 해변을 따라 주욱 내려가면 선착장이 나오는데, 거기서 보이는 언덕 위 신식 건물로 가면 된다. 건물 사잇길로 들어서면 깔끔하게 정돈된 해안이 펼쳐진다. 우리에게 늘 익숙한 스포츠 해안로 풍경이 아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새로운 바다와 도시 파노라마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바로 '부르니곶'이다. 나즈막한 콘크리트 전망대도 있다.


의외로 러시아어 이름처럼 '부르니(бурный 사나운)'한 장소는 아니고, 오히려 파도가 잔잔했다.


부르니곶 풍경 1
부르니곶 풍경 2


부르니곶은 서쪽을 향하고 있어, 해 질 무렵에는 떨어지는 해와 인사하니 더욱 좋았다.

스포츠 해안로도 저 멀리 보여 도시와 바다를 색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석양이 지는 부르니곶


부르니곶 신식 건물 1층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부르니'의 창가에 앉아 식사하며 바다를 감상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나도 감히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곳 음식값은 아마도 절반 이상이 뷰값일 것이다. 예약은 필수. 제발 이런 곳은 영업을 오래오래 해주길.




이번 짧은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움직이는 러시아, 변화하는 러시아,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러시아.

그 모습을 극동에서도 제대로 감지했다. 우리만 그동안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한국과의 직항만 열린다면, 교류가 활성화 된다면,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도, 풀 수도 없는 현시대의 상황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게 되지 않을까.

이제는 우리가 알던 논리대로 흘러가는 세상이 아니니 말이다.


오늘도 희망을 바라며 살아간다.



[여행기 영상 4편]

출처: 유튜브 채널 여행과 사색


★ 게재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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