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뿌리내리는 나무처럼

불완전함 속에서 단단해지는 자기다움

by TODD

토요일 오후, 공원의 오래된 느티나무 밑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자연스레 차분해집니다. 서두르지도, 다른 나무와 비교하지도 않은 채 항상 같은 자리에 뿌리내린 모습만으로도 한 편의 풍경이 됩니다. 그 장면을 볼 때면 종종 저도 모르게 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무는 저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너답게 살고 있니?"


뿌리가 지탱하는 삶


나무를 바라보면 언제나 뿌리가 먼저 떠오릅니다. 화려한 잎과 가지를 떠받치는 힘은 결국 땅속 깊이 뻗은 뿌리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느티나무의 뿌리는 나무 높이만큼, 때로는 그 이상으로 깊고 넓게 뻗어 있다고 합니다. 뿌리가 깊을수록 나무는 거센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가뭄에도 견뎌냅니다.


사람에게도 뿌리가 있습니다. 살아온 시절만큼의 경험, 우리가 믿는 가치, 오래 지켜온 습관들이 곧 뿌리입니다. 흔들리고 방향을 잃을 때, 우리를 붙드는 것이 이 뿌리입니다.


비교하지 않는 나무들


공원에 심어진 나무들을 보면, 같은 종이라도 모양은 제각각입니다. 곧게 뻗은 나무도 있고, 비스듬히 휘어진 나무도 있습니다. 어떤 나무는 키가 작지만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또 어떤 나무는 가지가 부러졌지만 그 자리에서 새순이 돋아납니다. 나무들은 각자의 모습 그대로 공원의 풍경을 완성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지만, 사실 자기다움은 비교 속에서가 아니라 고유함 속에서 빛을 발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말했습니다.


"성격은 나무와 같고 평판은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고, 나무는 진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 보다, 내가 진정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림자는 빛의 각도에 따라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지만, 나무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나입니다.


흔들림 속에서 새겨지는 나이테


나무를 자르면 나이테가 보입니다. 그 동심원 하나하나가 한 해를 견뎌낸 흔적입니다. 가뭄이 들었던 해는 나이테가 좁고, 풍년이었던 해는 넓습니다. 병충해를 이겨낸 자리는 검게 변색되어 있고, 태풍에 상처 입었던 부분은 울퉁불퉁한 결을 남깁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상처와 흔적이 나무를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무를 나무답게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나이테는 단순한 시간의 표시가 아니라, 그 나무가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습니다.


"인내는 모든 상황의 마스터키다."


삶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실패와 좌절은 자기다움을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나이테를 더 선명하게 하는 순간입니다. 흔들림을 거부하지 않고 인내하며 받아들이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우리만의 나이테를 새깁니다.


계절을 품은 나무의 지혜


봄, 느티나무는 연둣빛 새순을 틀어 올립니다. 작고 여린 잎들이지만 겁 없이 세상을 향해 펼쳐집니다. 여름이면 무성한 녹음으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고,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잎을 하나씩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겨울, 모든 잎을 떨군 벌거벗은 가지만으로도 나무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우리 삶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활기차게 뭔가를 시작하는 봄의 시기, 열매를 맺는 여름과 가을, 그리고 쉼이 필요한 겨울. 어떤 계절이든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겨울을 지나고 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봄을 위한 준비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계절을 지나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 계절 속에서 어떤 나이테를 새기고 계신가요?

토요일 오후, 공원의 나무 곁에 앉아 있으면, 이런 질문들이 마음속에 잔잔히 떠오릅니다.


나무 옆의 나


나무 옆에 앉아 있으면 깨닫게 됩니다. 자기다움이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과 같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으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내 안에도 계절이 있고, 나이테가 있고, 보이지 않는 깊은 뿌리가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나무 옆에 앉아 저에게 질문합니다.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나무는 대답 대신, 바람에 잎을 흔들며 고요히 미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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