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 노트는 Marc Chagall의 꽃다발 속의 거울
그림에 소리를 디자인하다.
요즘 매우 즐기는 일이 있다. 공간에 단 한 점의 그림 작품만이 있고 소리를 디자인하여 그림을 감상하는 이의 영감을 돕는 일이다. 몰입을 위한 공간 안 이젤에 놓인 그림. 그림과 보는 이 사이에 주의를 끄는 것은 없다. 바라보는 시선과 받아들일 마음 그리고 마주한 작품만이 존재할 뿐이다. 실제 르네상스 시대 이전에는 홀로 그림을 감상하거나 소수만이 모여 그림을 즐겼다고 한다. 나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에서 그림을 마주했을 때 작품 속으로 몰입되는 이 소리 공간만의 경험을 줄 수는 없을지 고민했다. 어쩌면 해설자가 없는 상황이 보고 듣는 이에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 약간의 불편함이 영감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다듬으며 의도를 소리에 담기 시작한다.
나에게 주어진 이번 그림은 Marc Chagall의 mirror in a bouquet.
파리 Opéra Garnier 천장에 그려진 그림의 석판화이다.
고민은 이어진다. 샤갈을 알고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그려질 당시에 대해 알아본다. 질문들이 생긴다. 오페라 극장 천장에는 이미 신고전주의 작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앙드레 말로는 샤갈과 함께 새로운 그림을 기획하려고 했을까. 1964년 작업을 마무리한 샤갈은 어떤 감정을 느꼈기에 작품을 헌정하는 연설에서 프랑스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을까. 작품이 대중에게 오픈되는 날, 홀에 모인 사람들은 샤갈이 그려 낸 위대한 14 음악가들의 아름다운 대작들로 수 놓인 천장화를 보며 무엇을 연상했을까. 샤갈이 그린 각 오페라의 장면을 위한 소리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그림에 묘사된 모티프들이 어우러진 하나의 새로운 음악이 필요할까. 그림 속 주인공들의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나는 샤갈이 그림을 통해 언제나 기억되기를 바랐을 각 음악가들의 작품을 드러내기로 하고 이제 그림 속 작품들의 묘사를 표현하는 음악의 프레이즈를 찾아낸다. 그리고 각각의 곡들이 이어지도록 한다. 그림과 소리와 공간 그리고 샤갈의 마음과 듣는 이가 모두 하나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1964년 실제로 그림이 개막되던 날,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Jupiter Symphony가 연주되었고 이윽고 천장의 중심에 있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밝혀지면서 샤갈의 천장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곳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작품을 올려다보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견하곤 베를리오즈를 떠올렸을 것이고, 카르멘을 찾아내고서는 비제를 생각해 냈을 것이다. 이렇게 14명의 작곡가와 이들의 작품 주인공을 떠올리면서 사람들은 분명 각 음악의 선율과 오페라 가수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샤갈의 석판화를 보는 이들도 당시 홀에 있었던 사람들과 같이 각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을까. 샤갈의 그림을 마주한 모두에게 그림의 제목과 같이 꽃다발처럼 느껴질 그림과 음악을 말이다.
소리 공간을 위한 곡 순서는 아래와 같다.
Mozart, "Jupiter Symphony"
Berlioz, “Roméo et Juliette”
Debussy, “Pelléas et Mélisande"
Rameau, "Les Fleurs Féte persane"
Stravinsky, “The Firebird”
Bizet, “Carmen”
Gluck, “Orpheus and Eurydice”
Verdi, ”La Traviata”
Wagner, “Tristan and Isolde”
Mozart, “The Magic Flute”
Tchaikovsky, “Swan Lake”
Moussorgski, “Boris Godounov”
Adam, “Giselle”
Ravel, “Daphnis et Chloé”
Beethoven, “Fidelio”
이제 나도 감상하는 입장이 되어 본다. 이 음악들이 일러주는 감정을 그림 위 주인공들에 비추어 본다. 그림이 표현하는 시상을 통해 내 안의 울림을 느낀다. 1964년 Opéra Garnier의 천장이 환하게 드러난 순간을 마주한 사람들의 마음이 되어 본다. 감동을 하며 눈물 흘린 사연 많은 샤갈이 프랑스에 바친 작품 mirror in a bouquet. 마치 천장을 올려다보는 듯, 우린 그를 우러러 느끼며 그를 향하는 음악에 자신을 태워 그날 그곳으로 소리 여행을 떠나보낸다. 꿈과 같은 작곡가들의 음악들이 한아름 품에 안겨짐을 느낀다. 그리고 mirror in a bouquet의 음악적 표현 속에 비추어진 꽃과 같이 아름다운 나를 알아간다.
세상의 모든 작곡가의 꿈과 작품들이 더욱 빛나기를 바랐던 그의 마음으로, 소리와 함께 다가가게 해주는 꽃다발 속의 거울 mirror in a bouquet처럼 말이다.
https://www.operadeparis.fr/en/visits/palais-garn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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