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는 독일 ULTRASONE PRO580i
ULTRASONE PRO580i는 프로용 모니터 헤드폰 시리즈인 PRO 라인업(PRO2900i, PRO900i, PRO780i, PRO580i, PRO480i) 모델로서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자연스러운 음상 재현을 위해 의도적으로 드라이버의 탑재 위치를 고막의 on-axis 위치에서 offset 처리하였는데 이는 외이 구조 내에서 음반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독자적인 기술인 S-Logic Plus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어캡을 회전할 수 있는 스위벨 구조의 방식과 헤드밴드 부분이 접히는 폴딩 구조를 적용하여 프로슈머의 다양한 사용 환경에 따른 리스닝 포지션을 지원하고 있다. 그에 더해 드라이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부터 헤드를 보호하기 위해 드라이버 하우징 내부에 MU-Metal이라는 특수 금속으로 제작된 플레이트를 장착하는 방식인 Ultra Low Emission(ULE) 기술을 적용하여 최대 98%의 전자파를 차단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PRO580i의 사운드적 성향을 들여다보자. 입맛에 정답이 없듯이 사운드에도 정답은 없다는 점을 기억하며 필자는 PRO580i를 고음 중음 저음부로 나누어 각 음역대에 따른 소리 성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무대를 어떻게 형상화하는지 그리고 PRO580i가 사운드를 어떻게 만져서 내보내는지 장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장기를 기준으로 고려할 때 좋은 음악은 어떤 스타일인지도 조심스레 찾아보려 한다.
고음역대에서의 PRO580i는 고음을 매우 얇게 뽑아낸다. 그만큼 앞으로 내뻗는 직진성이 좋아서 고음역대에 활기가 있다. 음이 얇고 예리하게 들리니 당연히 선예감도 좋다. 하지만 선예감이 살아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현상인 파찰음들과 퍼커션의 금속소리가 귀를 다소 자극하고 볼륨을 한껏 올리기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있었다. 물론 음악의 음질적 성향에 따라 그리고 플레이어나 출력 파트에 따른 변수를 고려하고자 다양한 조건에서 모니터링해 보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차라리 이퀄 라우드니스 탓을 하고 싶은 대목이었다.
PRO580i의 중음역대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고음의 파워를 넓게 받쳐 줄 만큼의 중음의 양감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음악의 밸런스에서 중음 부분이 비어있게 들리고 전체적으로 곡이 가볍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양이 적다고 하여 결코 중음이 적당히 얼버무리는 두리뭉실한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중음 역시 좋은 해상도로 깊이를 포함한 정위감을 가지고 무게 있게 존재한다. 양이 적어서인지 고음과 저음 사이에서 중음 대역이 잘록한 허리 마냥 조화력 있게 흡수되어 자연스럽게 흐른다.
PRO580i의 저음역대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파워이다. ULTRASONE은 이 제품을 출시하며 향상된 베이스 파워를 내세운 것 치고는 풍부한 혹은 훌륭한 저음역대를 가진 타제품과 비교해 볼 때 약간 갸우뚱하게 된다. 먼저 저음의 양감이 다소 건조하다. 거품이 거의 걷혀 있고 진액을 잘 뽑은 듯 분명 들릴 소리는 모두 다 들리는데 저음의 풍부한 양감이 느껴지지 않는 아쉬움이 곡마다 느껴진다. 탄력성과 관련해서는 밀도감 있게 소리를 잡아주는 면에서는 굵게 탄력 있는 저음이 느껴지지만 깊이감에 있어서는 다소 제어된 느낌 때문에 그 찰진 탄력감이 떨어지게 들린다. 고음역대의 직진하는 파워와 달리 저음역대의 타격감은 의외로 강도가 약해서 저음의 다이내믹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개인적으로 관현악 편성의 작품에서 저음역대를 소중히 여기고 EDM 음악에서도 저음의 탄력성과 타격감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저음역대에 대한 욕심이 다소 있는 편이다. 그래서 쉽게 표현하면 뚱뚱한 저음역대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 제품은 그런 저음역대에 코르셋을 입혀놓은 것 같다. 흩어진 살들을 모두 다 잡아 탄탄하게 정리해서 날렵하게 선보인다. 분명 애는 썼는데 별로 매력이 없는 저음이랄까... 제품 자체가 저음을 장기로 들고 나온 것 치고는… 이름표가 살짝 부끄러워지는 부분이다. 음악적 취향에 따라서는 적당한 밸런스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편하게 표현해 본다.
PRO580i의 무대 형상화를 살펴보자. PRO580i의 무대 만들기는 좀 난해한 편이다. 무대를 쉽게 눈 앞에 그려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무대와 근접한 위치에 청자를 앉히고 그때그때 바쁘게 사운드 서빙을 해주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골고루 들려주려고 애쓴다. 스테이징을 느끼게 해주는 사운드들의 유량이라던지 희뿌연 소리 연기로 자욱한 공간감과 천장의 높이를 가늠하게 하는 자유로운 잔향감들을 애써 찾아 들으려 했지만 원음을 워낙 세밀하게 들려주는 해상도에 금세 홀려서 원음을 따라다니게 된다. 그래서 공간감과 무대감을 느끼는 여유는 쉽게 주지 않는 모델 같다.
PRO580i의 사운드 성향을 정리해 보자면 전반적으로 해상도 있는 표현이 좋아서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섬세한 사운드가 잘 묘사되어 그려진다. 색채감이 있고 전반적으로 밝은 톤의 음색을 더욱 부각해준다. 무겁고 어두운 음색은 필터링이 되어 명도가 높아진다. 입체감과 관련해서는 사운드가 조밀화된 것처럼 세세하게 잘 분리되어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기는 하나 사운드의 명암에 해당하는 잔향들이 너무 깔끔하게 메이킹되어 버려서 오히려 입체감이 떨어진다. 온기랄까 윤기 있는 느낌도 좀 아쉽다. 선명함을 밀고 가는 산뜻한 소리에 쏠려있다. 적극성이 있고 개방적인 사운드를 장기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성향을 가진 음악들을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음악을 행복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기를 먹어도 기름이 잘 마블링된 고기를 고르고 기름이 적당히 붙은 돼지고기나 살코기를 먹더라도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기름 부위를 곁들여 먹는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퍽퍽한 닭가슴살이나 안심살을 즐기고 예쁘게 붙어있는 맛있는 기름 부분을 굳이 젓가락으로 떼어먹기도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각각의 영양분이 다르고 요리법도 다르며 식사를 하는 즐거움도 다르다. 음식의 선호도만큼이나 사운드의 선호도 역시 각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PRO580i를 만나는 내내 다이어트 식사를 하는 듯했다. 봄도 왔고 뭔가 가볍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도 주는 듯했다. 쓸 데 없는 군살들도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고 필요 없는 물건도 이 참에 버려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해 주었다. 닭가슴살의 단백질의 결처럼 담백한 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정리가 되는 듯했다. 봄에 만나 볼 만한 헤드폰이다. 산뜻하고 선명한 해상력 있는 사운드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라면 꼭 한 번 써보길 권해보는 제품 ULTRASONE PRO580i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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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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