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가 열리는 가을이면 학교마다 운동회 프로그램을 고민하곤 한다.
청군 이겨라 ! 백군 이겨라 ! 상대편보다는 우리편의 승리만을 기원하는 운동회. 이기면 만세 삼창. 지면 영혼없는 박수를 치는 운동회. 줄맞춰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줄맞춰 들어갔다가 영차영차 군대처럼 한 목소리로 구령하며 뛰어들어오는 운동회. 아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내빈들에게 무언가 보여주는 운동회. 이런 운동회는 이제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사라졌다. 민속놀이를 중심으로 한 놀이형태의 운동회나 이벤트 행사처럼 다양한 게임형태로 진행되는 운동회도 많은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운동회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어떤 운동회 프로그램을 진행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학교의 중요한 가치인 '협력'이 구현되는 운동회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심이 되는 운동회. 대결보다 놀이 형태로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운동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선생님이 낸 아이디어. 반지의 제왕 스토리를 접목한 활동.
아이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 판타지의 주인공이 되어서.... 한 선생님의 아이디어 덕분에 새로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반지원정대가 되어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하면 좋겠어요"
"반지를 찾기 위해서는 보드판의 숫자를 기억하게 하면 어때?
음... 기억력원정대... 반지원정대 다음은 두 개의 탑인가?"
"이벤트 운동회에서 하는 풍선탑 쌓기를 하면 되겠어요. 두 개의 탑 "
"그럼 왕의 귀환까지 가야지"
… 내빈경기와 노인경기는 우리 운동회 컨셉에 안 어울리는데… 그래도 갑자기 없애는 건 어렵잖아. 그럼 엘프와 현자가 되어 아이들을 도와주는 형태로 바꾸자. 엘프귀 인터넷에 팔던데 ㅎㅎ 내빈들 엘프귀 하나씩 끼워주고...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아이템을 모으게 하자. 그래서 최후에는 악당 사우론을 물리치는 거야?? ㅋㅋ 좋아 좋아. 줄다리기 같은 경우는 결국 승패가 날 수 밖에 없잖아. 음... 그럼 교사들이 오크가 되어 아이들과 줄다리기를 하면 어때? 행정실 분들까지 모두 모으면 교사 VS 학생 줄다리기 되겠는 걸 . 무모한 도전 같군. 우리는 그럼 오크 분장 어때? 그건 너무 심하고 ... 붉은악마 머리띠 ... 뿔 달면 어때? 올 해는 첫 시도니까 과도기로 스토리를 담은 활동과 번외경기를 함께 하자..
경쟁보다는 협력을 경험할 수 있는 운동회를 꿈꾸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담은 운동회로 확장되었다. 운동회 속에서 놀이를 통해 협력을 경험하고 그 과정을 판타지속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 속에 푹 빠져 하루를 즐겁게 보낼 아이들을 상상한다.
운동회 아침 오크로 변한 선생님들.. 아이들은 서로 협력하여 오크의 방해를 물리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