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관심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벌레를 극도로 싫어한다. 쉬는 시간이나 휴가가 주어지면 편안함을 추구하는 편이지 사서 고생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캠핑은 큰 매력이 없는 취미생활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캠핑 브랜드의 SNS를 1년 반 정도 맡아서 운영하던 때가 있었다. 캠핑을 하기 너무도 좋은 환경이었다. 회사 2층 창고에는 늘 캠핑장비가 준비되어 있었다. 사진 몇 장만 찍어오면 언제든 사적으로도 장비를 사용할 수 있었고, 직원들에게만 준다는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기회를 사용한 적이 없다. 업무상 어쩔 수 없이 클라이언트와 텐트를 치기 위해 딱 한 번 캠핑장에 가봤을 뿐. 내 인생에서 가장 캠핑과 밀접했던 그 시기에도 캠핑은 나에게 관심 밖의 일이었다.
여름의 끝 무렵. 대명항에서 꽃게를 저렴하게 판다는 소식을 듣고 장모님과 함께 꽃게를 사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와중에 장모님께서 최근 레이 한 대를 캠핑카로 꾸며 시간 틈틈이 전국을 여행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님의 목소리에는 단순히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한탄보다 곧 꿈을 향해 달려갈 것만 같은 젊은이의 기대감과 설렘이 담겨있었다. 아니 도대체 그놈의 캠핑이 뭐길래 올해로 환갑을 맞으신 장모님을 저렇게까지 생동감이 넘치게 만든단 말인가...
모든 일의 발단은 지난 주말의 한강 산책이었다. 코로나 이후 아이와 함께 어디 갈 만한 곳도 없고 실내는 너무 위험할 것 같아 짧은 시간이지만 가까운 한강 시민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말로만 듣던 한강 텐트족이 가족 단위로, 친구나 연인 단위로 곳곳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푸른 잔디에서 텐트를 치고 음식을 즐기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문득 부러워졌다.
"우리도 텐트나 그늘막 하나 사서 주말에 시하랑 이런데 나오면 좋겠다. 그치?"
아내는 나의 이 한 마디를 마음에 담아두었나 보다. 며칠 후 아내는 나에게 캠핑을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고, 어쨌든 나는 지금 아내와 함께 (그리고 장모님과 함께) 캠핑 장비를 고르고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으며 생애 첫 캠핑을 준비하고 있다.